가을편지 가을편지 외로움을 사모하지 마세요. 외로움과 친구가 되지 마세요. 외로움에 오래 취하지 마세요. 외로움이 묵으면 병이 됩니다. 외로움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면 그 병실에 절망과 공허가 찾아와서 육신보다 영혼을 먼저 데려갑니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다 웃자란 갈대는 외로워서 흔.. 시인의 창/새벽시편 2012.09.29
종소리 새벽종 뎅그렁 종이 울린다. 잠든 영혼아 깨어나라. 뎅그렁 종이 울린다. 새벽이슬을 밟으라. 뎅그렁 종이 울린다. 가난한 마음으로 기도하라. 뎅그렁 종이 울린다. 살아온 날들 뉘우쳐라. 뎅그렁 종이 울린다. 이제 떠날 준비를 하라. 영혼을 깨우던 새벽종이 사라지면서 귀 먹은 영혼들.. 시인의 창/새벽시편 2012.09.29
지렁이 지렁이 적당한 온기와 촉촉한 이슬과 선선한 바람의 그 평온한 거처가 그 정결한 생활이 못 견디게 지루하다고 수풀을 꿈틀꿈틀 기어 나왔다가 세상 아스팔트에 말라죽은 미물처럼 시인의 창/새벽시편 2012.09.25
패배감 패배감 공공근로자인 40대 후반의 사내가 누런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땅바닥에 뭔가 쓰고 있다. 그러다, 고개를 잠시 들고서 검정 뿔테 안경 너머의 하늘을 본다. 저 사내가 땅바닥에 쓴 것은 참회의 글일까 분노의 글일까 저 사내가 하늘을 바라본 것은 그리움일까 인연의 괴로움일까 시인의 창/새벽시편 2012.09.25
눈물의 아내 눈물의 아내 술에 취하고 음란에 빠지고 도박에 뒹굴면서 완악한 폭력을 휘두르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세상 남자들을 기다리다 지쳐서 쓰러지지 않고 악악 대거리 옥신각신 싸움 않고 망할 놈 죽일 놈 저주로 떠나지 않고 불쌍한 영혼의 귀환을 위하여 새벽, 눈물의 제단을 쌓는 아내여 .. 시인의 창/새벽시편 201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