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시동인지, 상처 난 것들의 향기 상처 난 것들의 향기 - 조 태 진 빛나고 반듯한 것들은 모두 팔려가고 상처 난 것들만 남아 뒹구는 파장 난 시장 귀퉁이 과일 좌판 못다 판 것들 한 움큼 쌓아놓고 짓물러진 과일처럼 웅크린 노점상 잔업에 지쳐 늦은 밤차 타고 귀가하다 추위에 지친 늙은 노점상을 만났네 상한 것들이 상..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4.11.03
김지선-노회찬의 절망과 희망의 싸움에 부침 친구들아, 노원병으로 모이자 - 김지선-노회찬의 절망과 희망의 싸움에 부침 - 조호진 시인 친구의 등짝에 칼을 꽂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다. 쓰러진 친구를 밟고 가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다. 슬픔의 친구를 두고 웃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다. 황망한 나의 친구들아 봄이 왔다 지난겨울 부정..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3.03.14
입동 입동(立冬) 늦가을 비가 내리고 바람 닥치면서 가로수 잎새들이 헐값의 목숨처럼 보도블록에 뒹군다. 일감 끊기는 겨울이 오면 가리봉을 떠나 타관 공사판으로 산간벽지 농장으로 싼 몸 팔러 떠났던 늙고 굽은 이주민들이 무료쉼터로 돌아올 것이다.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2.02.03
빈집털이 소년 빈집털이 소년 도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범인으로 지목한 담임선생은 소년의 결석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겼고 아흔 아홉 마리 양보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야 한다던 전도사는 소년이 교회에 나타날 때마다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드라이버 하나로 빈집을 터는 신기한 재주를 익힌 소년은 경비..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10
깨진 것들을 위하여 깨진 것들을 위하여 앞선 것들이 앞선 척하다 제몫 챙겨서 꽁무니 뺄 때 더 처지고 밀릴 자리조차 없어 세상천지 굽이굽이 부딪치면서 머리 깨지고 나락으로 처박혀서 가슴 치다 울멍울멍 했다만 깨진 이대로 끝내지는 말자 무릎 꿇린 채로 터지면서도 끝내 불지 않은 그리움들아 한 번도 앞서지 못한..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10
시작(詩作) 노트 시작(詩作) 노트 술이 아프오. 목이 타거든 독한 차를 마시리다. 레닌을 쓰러뜨린 건 제국주의자가 아니라 볼셰비키 보드카에 취한 러시아는 내전이 한참이고 마오쩌둥의 후예들은 돈독에 올랐다지요. 차를 주시오. 나의 간은 조금씩 굳어가오. 사회주의자들은 0.97평 독방에 살고 나는 14평 전세 아파트..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시인은 비겁하다 시인은 비겁하다 순천만 갈대들이 속삭인다. '시인은 겁쟁이다' 갈대 숲 도요새가 맞장구친다. '맞다, 시인은 겁쟁이다' 섬진강 물줄기가 수군거린다. '시인은 비겁하다' 망덕 포구의 달도 끄덕인다. '맞다, 시인은 비겁하다' 비루한 시대의 뒷골목에서 숨어, 시를 쓰는 시인들아 모여, 술..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서른여덟의 시 서른여덟의 시 목숨보다 더 뜨거울 것처럼 길길이 뛰다 비루먹은 개처럼 꽁무니 빼는 詩 원숭이 똥구멍보다 더 새빨간 거짓말 詩 비겁과 거짓으로 뻔뻔해진 詩 도마에 올려 진 동태 대가리 날리듯 한 칼로 쳐 날려 끊지 못하네. 저자바닥에 다라니 양은그릇 손톱 갈라진 돌산 할매 꼬막 바지락 까듯 갈..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입석(立席) 입석(立席) 추운 밤을 버티기 위해선 꿈이 필요했다. 모포 한 장도 라면 한 냄비도 못되는 꿈 공장 기숙사 외풍에 떨면서도 꿈을 꿨다. 꿈보다 더 그리운 건 계집의 살이었다. 어떤 계집이 공돌이에게 아랫도리 내릴까. 납땜 연기에 코피 흘리고 쇳가루 마시며 번 돈으로 청량리에 갔더니 공돌이 괄시 않..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