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치는 날 공치는 날 비오면 조선족 아저씨 노가다 공칩니다. 공치면 흑룡강 아저씨 연변 심양 아저씨 한데 모여 술추렴하면서 고향 노래 부르고 춤추다 처자식을 목메어 부릅니다. 눈 오면 조선족 할머니 폐품수집 공칩니다. 공치면 조선족 할머니 중풍으로 누운 딸에게 폐품수집해서 번 돈 털어 .. 다문화동시 2013.09.11
가리봉 새놀이 가리봉 새놀이 서울에서 태어난 새놀이 스리랑카 말은 못하지만 한국말은 잘하는 새놀이 콜롬보는 몰라도 서울은 쫌 아는 새놀이 가리봉 누비며 먼지 피우고 다니는 새놀이 앞니 빠진 새놀이 눈이 큰아이 새놀이 피부가 까만 새놀이 누나 귀찮게 하는 새놀이 아무도 못 말리는 여섯 살 다.. 다문화동시 2013.09.11
처세술 한국에서 사는 법 흰둥이 양놈들은 우대하고 검둥이 동남아는 내리 깔보는 코리안드림 한국에서 돈 벌려면 꿈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아줌마를 아줌마로 불러다가 아저씨를 아저씨로 불렀다가 검둥이 동남아가 어디다 감히 도끼 눈빛에 욕설에 혼났어요 일했는데 왜 월급 안줘요! .. 다문화동시 2013.09.02
고슴도치 아프리카 엄마가 떠나자 한국 아빠도 곧 떠났어요. 세상에 남겨진 흑진주 삼남매 가슴엔 응어리 돋친 가시예요. 어두운 밤이 오면 무섭고요. 푸른 하늘이 되면 수상해요. 친절한 사람들이 막 찾아와서 돌 대신에 떡을 주시긴 했지만 못 믿을 사랑 때문에 불안해요. 느닷없이 떠난 검은 엄.. 다문화동시 2013.08.29
연길 아이의 꿈 연길 아이의 꿈 연길에서 온 1학년 아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아빠는 남구로 인력시장에 가시고 엄마는 가리봉 식당에 나가셨지만 일이 없어서 한숨 쉴 때가 많습니다. 아빠는 일이 없으면 술 먹고 싸우고 엄마는 일이 없으면 끙끙 앓습니다. 연길 아이는 갓 1학년이지만 낯선 나.. 다문화동시 2013.08.29
앵벌이 2 앵벌이 2 오, 자비의 주님! 오늘도 잠잘 곳은 없고 배는 고파 쓰러질 것 같습니다. 목 좋은 명동성당 성모 마리아상에서 무릎 꿇고 기도드린다. 귀머거리 하나님보다 아줌마 신도들이 잘 들리게 불쌍하게 기도하면 응답이 온다. 쯧쯧 불쌍해라 밥 사먹으라고 숙박비 하라고 만원도 이만원.. 다문화동시 2013.06.29
눈빛 눈빛 손 좀 잡아줬다고 밥 좀 챙겨줬다고 눈물 좀 닦아줬다고 그렇게 살지 말거라 제발 착하게 살아라 꼰대 같이 굴지 말고 설교 좀 하지 말고 그냥 좀 도와주세요. 너무 불안해요. 정말 두려워요. 힘들고 외로워요. . . . 니기미 씨팔, 아니면 말고 니기미 좇도, 그럼 그렇지 다문화동시 2013.06.21
소년 술꾼 소년 술꾼 초등학생 때는 공부하는 것보다 담배 배우는 게 좋았고 중학생 때는 돈을 훔쳐서 밥도 사먹고 오락게임도 했어요. 그러다 들켜서 할아버지에게 뺨 맞고 할머니에겐 허리띠 버클로 맞았어요. 대가리에 난 상처는 소주로 씻었어요. 씨팔, 엄마는 왜 나를 낳고 버렸을까 버림받은 .. 다문화동시 2013.06.20
앵벌이 앵벌이 명동에 가면 관광객들을 골라서 아엠 헝그리라고 하면 외국인들이 돈을 준다. 어떤 미국교포에게 아엠 헝그리 했더니 야이 새끼야 저리 꺼져! 그는 한국말로 욕 했지만 나는 앵벌이 영어로 욕했다. 앵벌이를 해도 나는 쪽팔리지 않다. 그 돈으로는 밥도 사먹고, 낙원상가 포장마차.. 다문화동시 2013.06.20
밥을 주는 이유 술에 취한 어떤 노숙자가 대낮에 가리봉 육교 밑에 쓰러져서 잔다. 지나가다 이를 본 성현이가 "가리봉에는 왜 노숙자 아저씨들이 많아요" 라고 묻는다. 그래서 설명해주었다. "첫째, 집세가 싸기 때문, 둘째, 가리봉시장이 있기 때문, 셋째, 무료급식소와 쉼터, 병원이 있기 때문! 가난한 .. 다문화동시 201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