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상의 집 한 칸 새라면 아아 쫓겨나지 않는 새라면 해거름 속으로 평화롭게 귀가하는 새처럼 아, 날 수 없는 가난 때문에 꽃이라면 아, 뽑히지 않는 꽃이라면 사방 천지 들녘에 억세게 뿌리 내린 들꽃처럼 아, 피어날 수 없는 가난 때문에 문패도 번지도 없는 주소불명의 세대주여 강제집행 통지서 받아든.. 시인의 창/눈물시편 2016.01.17
상처 난 것들의 향기 상처 난 것들의 향기 빛나고 반듯한 것들은 모두 팔려가고 상처 난 것들만 남아 뒹구는 파장 난 시장 귀퉁이 과일 좌판 못다 판 것들 한 움큼 쌓아놓고 짓물러진 과일처럼 웅크린 노점상 잔업에 지쳐 늦은 밤차 타고 귀가하다 추위에 지친 늙은 노점상을 만났네 상한 것들이 상한 것들을 .. 시인의 창/눈물시편 2015.05.12
인생 봄은 단 한 번도 그냥 온 적이 없다. 쉰 다섯 해 꽃샘 바람에 또 다시 당했다. 생은 단 한 번도 그냥 운 적이 없다. 모질디 모진 세월아, 어서 가라 말년엔 봄볕 좀 쬐자 시인의 창/눈물시편 2015.03.04
실패한 사랑을 위하여 실패한 사랑을 위하여 背恩의 칼에 마구 찔려서 핍박받고 애통해하는 사람아 사랑은 가시면류관처럼 아파서 긍휼의 핏방울 철철 가슴 적시리니 사랑의 가슴을 안고 쓰러진 그대들아 아픈 사랑, 그대로 안고 그 나라에 가자 찌른 사랑, 그대로 두고 그 나라에 가자 시인의 창/눈물시편 2014.10.08
여든 일곱 여든 일곱 뭔 지랄로 열 하나 낳아서 다섯은 땅에 묻었어. 근디, 큰아들 놈이 아침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 하고 갔다가 뭔 지랄로 여즉 안 돌아와 여든 여섯인가에 풍이 와서 이렇게 됐어 큰아들 놈이 보고 싶어 자꾸 가슴이 답답해서 숨 닫고 싶어 노인요양원에서 만난 여든 일곱 이씨 할.. 시인의 창/눈물시편 2014.09.30
고슴도치 고슴도치 1만6천개의 가시를 두른 것은 찌르려는 게 아니랍니다. 사랑한다고 다가와 불쌍하다며 다가와 하도 찌르고 따돌리고 놀려서 그만 당하려고 두른 가시랍니다. 제발 다가오지 마세요. 동정의 눈빛 좀 그만 하세요. 안아주는 척하다 가 버릴거잖아요. 그냥 놔둬요 다가오면 찌를 거.. 시인의 창/눈물시편 2014.02.02
세상살이 세상살이 버려진 이웃의 눈물을 보고도 쓰러진 이웃의 신음을 듣고도 다들, 제 살 길만 찾는 이놈의 야속한 세상에 꽃피고 새울면 뭐한다냐. 시인의 창/눈물시편 2014.01.30
오목교 오목교 같이 뛰놀던 아이들은 다 돌아가고 새들 마저도 저녁 노을에 사라진 어둠 녘 오묙교 뚝방동네 혼자 남은 아이는 엄마 없는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하나 이웃집 창가에서 훔쳐 듣네 백열등 불빛에 새어나온 소리 아이를 혼내는 엄마의 잔소리 저녁밥 먹으며 피우는 그리움 눈물 머.. 시인의 창/눈물시편 2014.01.29
무료급식소에서 한 끼니의 식판 밥을 얻어 먹기 위해 줄서서 눈치 본 적 있습니까. 급식 밥이 떨어졌으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라는 말에 끊긴 줄에 서서 오도가도 못하다 급식 창구를 우두커니 째려본 적 있습니까. 그런 적이 없으면서 그들의 눈물 밥에 대해 그들의 누추한 목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인의 창/눈물시편 2013.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