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외로움을 사모하지 마세요.
외로움과 친구가 되지 마세요.
외로움에 오래 취하지 마세요.
외로움이 묵으면 병이 됩니다.
외로움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면
그 병실에 절망과 공허가 찾아와서
육신보다 영혼을 먼저 데려갑니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다 웃자란 갈대는
외로워서 흔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가을 밤 하늘에 외떨어진 저 별은
외로운 별로 빛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을 강물이 쓸쓸히 흘러가는 것은
더 깊어지려고 묵상하는 것입니다.
외로운 자는 구원을 받지 못합니다.
외로운 자는 다만 쓰러질 뿐입니다.
가을바람이 쓸쓸함을 불러온 것은
지친 영혼을 여미라고 부는 것입니다.
가을새벽, 이슬이 촉촉이 깔리는 것은
밤을 지새운 영혼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혼의 새벽을 적셔주려는 것입니다.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정히 외롭거든 세상 외로움을 안고 쓰러진
외로움의 죄를 사하기 위하여 외로움이 된
그 외로운 사내의 외로운 언덕을 찾으십시오.
그 사내가 외롭게 진 십자가를 붙잡으십시오.
그 사내에게 허무와 눈물과 절망을 내려놓고
외로운 영혼들을 불러 모아 눈물로 기도하면
외로운 것들의 구원자인 그가 안아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