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사랑시편

감색 단화

침묵보다묵상 2012. 10. 2. 08:25

감색 단화

 

쉰일곱 아내의

연골은 다 닿고

신발은 헤졌습니다.

 

인공관절 수술한 아내는

짝짝이 다리로 걸으면서도

아프리카 선교사 후보생 아들의

선교훈련비를 대출받아 보내면서도

혼자 걷지 않으니 가난해도 괜찮아요.

내 아들이 아프리카의 가난한 눈물을 닦는다면

아파도 아프지 않고 당신이 곁에 있으니 외롭지 않아요.

 

아내에게 선물한

감색 단화도 밑창이 닿고

헤지면 그대로 버려지겠지만

구원 받은 나의 가난한 사랑은

닿지 않는 단화 밑창이 되겠습니다.

수명이 길면 20년이라는 인공관절보다

더 오래 아주 오래 아내의 아픔을 감싸는

무릎이 되어 아내의 인생길을 동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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