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을 싸면서
선교사가 되겠다고
아프리카에 체류 중인 아들과
신학대학원생으로 전도사인 딸과
대학생 막내아들 학비까지 챙기려면
가랑이가 찢어져 파탄나지 않으려면
옷값 외식비 점심값 아껴야 한다며
허름해진 옷차림에 도시락 싸가는 아내
병든 시어머니께
약값과 용돈을 드리려면
늙은 친정어머니께
병원비와 용돈을 드리려면
전기세 가스 값 아껴야한다며
어둡고 춥게 지내는 천식 앓는 아내
구안와사를 맞고
심장병으로 쓰러졌던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쉰일곱의 지친 몸을 이끌고
못난 남편이 싸준 도시락을 들고
-고마워, 사랑해, 오늘도 즐거운 하루
신혼부부처럼 입맞춤하며 현관 인사를 나누고
가족의 생명줄인 일터로 출근하는 작달막한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