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가 맞나? 사람의깊이 강 십년쯤 바라보면 몸에 들어와 함께 흐를 줄 알았는데 강가에 오래 서성대도 마른 세월만 흘러간다. 무딘 강물 같으니라고, 그까짓 한 사람의 마음을 실어가지 못하니 천년을 흐른다고 뭘 바다로 데려 갈 수 있겠느냐. 강 가에서 한 십년 쯤 쓸쓸히 바라보면 짠해서라도 데려갈 줄 알았는데.. 시인의 창/희망시편 2013.11.20
사람의 땅 사람의 땅 철새들이 떼 지어 날면 하늘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패거리 지면 세상이 시끄럽다. 갈대들은 몸을 부딪치면서 춤을 추지만 사람들은 몸을 부딪치면서 싸움을 한다. 갯벌은 오물을 받아먹고도 생명을 키우는데 사람은 음식을 잘 차려 먹고도 생명을 죽인다. 옛날 사람들은 그냥 .. 시인의 창/희망시편 2013.11.20
희망에 대하여 희망에 대하여 열에 아홉은 먹고 싸고 더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는 데 누군가 하나가 굶주린 아흔 명을 위해 자신의 몫을 나누다 끝내 몸마저 내어주어 몸은 죽어가면서도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는 길 그의 죽음을 목격한 아홉 중에 한 둘이 뉘우치며 끝 모를 욕망의 쟁탈전을 중단하고.. 시인의 창/희망시편 2013.09.16
가리봉의 봄 가리봉의 봄 가리봉에도 봄이 왔으니 연변에서 온 문형네 벌집에 꽃 대신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시커먼 얼룩 자욱 곰팡이들이 누덕누덕 피어서 밭은기침 토합니다. 문형과 아버지는 한 핏줄 한 식구인데도 쉰둘 문형과 칠순 아버지는 나라가 틀려 국적 회복한 아버지는 한국 사람입니다... 시인의 창/희망시편 2013.05.06
나의 몫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는 가난한 아비로 그냥 사는 것이 괜찮다가도 정 쪼들리면 쫌 불편하다. 순천 칠순 어머니와 안양 팔순 장모님의 용돈과 선물은 물론이고 전신마비 환자가 된 동생의 병원비 도움도 아내 몫이다. 아내는 묵묵히 신음할 뿐이다. 하나님은 가난한 나를 위해 아내를 특.. 시인의 창/희망시편 2013.05.03
아픈 봄 쉰넷 아픈 봄 몸을 씻기는 눈물 같은 링거 또 링거 수액의 안간힘, 그 힘겨움 꽃피지 않는 몸엔 염증 그리고 통증 곪지마라 곯지마라 마이신 주사로 피는 봄 항생제의 그 지독한 약내 가거라 봄아, 어서 어차피 가야 할 아픈 것들 데리고 슬픈 기억 데리고 누추한 생의 봄아 부디. 시인의 창/희망시편 201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