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의 봄
가리봉에도 봄이 왔으니
연변에서 온 문형네 벌집에
꽃 대신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시커먼 얼룩 자욱 곰팡이들이
누덕누덕 피어서 밭은기침 토합니다.
문형과 아버지는 한 핏줄 한 식구인데도
쉰둘 문형과 칠순 아버지는 나라가 틀려
국적 회복한 아버지는 한국 사람입니다.
국적 그대로인 문형은 중국 사람입니다.
국적이 다르지만 그대로 아버지와 아들로
가리봉의 봄을 맞으며 곰팡이와 함께 삽니다.
연변 소학교 시절에 철봉운동을 하던 문형은
그만 땅바닥에 처박히면서 그대로 장애인이 됐고,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져 그대로 장애인 됐답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똑같은 장애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한국사람 아버지에게 장애인 수당과 생계급여가 나오면
밀린 월세를 내고 장애인전동차는 아들과 함께 사용합니다.
나라가 틀린 아버지와 아들의 소망은
한국에서 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형은 국적신청을 하고 귀화시험도 쳤는데
다행히 시험을 잘 쳐서 한 나라 사람이 될 것 같답니다.
그러면 문형에게도 장애인 수당과 전동차가 나올 것입니다.
그래도 문형네 벌집엔 그대로 곰팡이가 누덕누덕 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