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복 나의 학교 나의 교복 나의 학교 교과서가 눈물 젖은 빵이었다면 추운 몸 감싸주는 옷이었다면 영등포에서 껌을 팔았을까요. 신문 팔고 구두 찍다가 들켜 문제 학생으로 찍혔을까요. 우리나라 학교 담장은 왜 부잣집 담장만큼 높을까요. 육성회비 쪼는 학교가 싫어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던 선생님은 ..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가투(街鬪)의 추억 가투(街鬪)의 추억 서노협 해골 형이 동(動)으로 뜨는 게 어떻겠냐며 동의를 구했고 투계(鬪鷄)를 자처했던 나는 비겁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비장의 검을 품었지. 사나이로 태어나 그런 날이 있었을까? 노동해방의 대의를 품었지만 고작 방 비우라는 집주인의 성화에 시달리면서 대의와 생..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늙은 양복쟁이 김씨 늙은 양복쟁이 김씨 힘 못 쓴다 박대하는 젊은 놈들 눈총 맵차더라. 간밤에 무엇했기에 빌빌 싸냐는 반장 타박이 야박하더라. 사모래 시멘트와 자갈 엉키는 땡볕 불볕 공구리 판 쓸리는 파도에 밀려난 모래알 같은 늙은 김씨 반장 눈길 피해 야적장 자갈밭에 쭈그려 앉아 담배 한 대 물고는 신세타령 늘..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개고기가 먹고 싶다 개고기가 먹고 싶다 천 삽 만 삽 퍼 올려 비빈 공구리는 옹벽이 되어 비바람 천둥 견뎌내는데 어쩌자고 허기진 내 체력은 억센 작업량에 깨지고 돌아와 링거 꽂은 채 홑이불에 덮여 떠는가. 땡볕 어질어질 노동에 기력 빼앗긴 앙상한 검불로나 드러누워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링거액에 가슴 훔치나. ..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누명 누명 끄떡하면 그 소리 걸핏하면 그 모함 할 수만 있다면 공장쯤이야 할 수만 있다면 나라쯤이야 말아 먹고 싶다, 훌훌 말아서 고추장에 온갖 나물 뒤섞은 양푼 밥 우걱우걱 씹으며 붉어진 땀 훔치고 싶다. 그 땅은 원래 우리들의 땅 그 나라는 애초 우리들의 나라 염치 불구할 것도 없으므로 아구 가득 ..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섣달그믐 섣달그믐 공업사 떠돌던 친구는 밧데리 가게 차렸고 엘란트라 몰고 와 한참을 자랑하던 친구는 제철공장 반장이 됐다며 목을 세워 까분다. 중동 갖다온 친구는 13평 아파트 분양받았다. 시골 공고 졸업한 뒤 공장 밥에 설움도 많고 가방끈 짧다던 구박 잘도 견디더니 이제 밥술깨나 뜨게 됐다며 한숨 쉰..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잔업 잔업 담배 비벼 끈 몇은 어둠에 얼굴을 씻고 연장 정리 마친 몇은 축 처져 잠바를 걸친다. 기름때 절은 손가락으로 출근카드 잔업도장 세던 몇은 말없이 고개 숙인다. 보름달은 휘영청 밝았는데 모두들 말없이 밤길 걷는다. 그리운 건 꿈이 아니라 피곤을 묻어줄 잠 추수할 희망도 없는데 겨울이 오고 ..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겨울 화치* 겨울 화치* 면장갑 쩍쩍 붙는 철판에 석필 긋고 절단작업을 한다. 벌겋게 언 귓불과 작업화 속 언 발가락을 시퍼렇게 불 뿜는 산소 불기로 녹여본다. 도면 놓고 작업순서 계산하던 배관공은 고압선 흔드는 갯바람 소리에 질린 듯 억새밭에 달려가 소변보며 파르르 떤다. "뭔 놈이 추위가 이리 징하당가!"..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열아홉 청년 열아홉 청년 못 먹고 자랐을 것이다. 작고 깡마른 소년 같은 청년 못 배웠으니 공장 갔을 것이다. 목욕탕에서 구두닦이 하다 사라진 앳된 청년 청카바 윗주머니에 손 찌른 채 나타났다. "어매가 뭐라고 해요. 시커멓게 죽은 손가락보고 엄청 울며 뭐라고 하는데 엥그리고 보는 들판엔 질경이 나생개 질..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
볼트를 죄며 볼트를 죄며 가벼운 詩들이 가볍게 팔림 가벼운 자세로 노상방뇨 함 가벼운 노래들이 히트 중 가벼운 목숨들이 장수 함 가벼운 산모들이 가볍게 출산함 무거운 침묵과 가벼운 생각과의 교신 비겁 하라, 비겁해 살 길이 열릴 것이다! 쇠처럼 무거운 무게에 눌려버린 서른 넷 가벼운 솜털로 날지도 철골.. 시인의 창/노동시편 201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