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노동시편

열아홉 청년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21

열아홉 청년

 

   

못 먹고 자랐을 것이다.

작고 깡마른 소년 같은 청년

못 배웠으니 공장 갔을 것이다.

목욕탕에서 구두닦이 하다 사라진

앳된 청년 청카바 윗주머니에

손 찌른 채 나타났다.

 

"어매가 뭐라고 해요. 시커멓게 죽은 손가락보고 엄청 울며 뭐라고 하는데 엥그리고 보는 들판엔 질경이 나생개 질펀하고요. 꼬막잡이 배 펄밭 뒤집는 바다 위로 갈매기 너울대고 참꽃 허벌 난 백운산 넘어 서울 길 봉께로 눈물 나는 디요. 이장 어른이 군대 가지 않아서 좋것다고 상심한 어매를 어르고 마을 가시내들 산 몬당에 몰려가 봄바람 결에 재잘거리는디 빙신 되가꼬 왔다고 자꾸 뭐라고 해요. 둠벙에 빠진 봄 달은 개구리 합창소리가 시끄럽다고 귀를 막는데 가슴 파고드는 봄바람이 도회지 불빛 그립다고 자꾸 꼬들겨요."

 

기술 배우겠다고 상경했던 열아홉 청년

프레스에 절단 난 손가락으로 돌아왔다.

목욕탕 구두닦이도 때밀이도 할 수 없는

잘린 손가락의 청년은 서툰 담배 꼬나물며

큰 병원서 봉합수술도 받았고 보상금도 많이 나올 거라며

손가락 자른 서울이 그립다며 소주에 취해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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