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눈물시편

*노굿대

침묵보다묵상 2011. 8. 10. 15:40

*노굿대

 

 

 

좌판에 엉킨 생선 눈깔들

누워 무얼 노려보나

곁에는 쭈그러진 여자들

지핀 장작불에 기침 쿨럭인다.

거른 아침 칼국수로 허기 달래고

해장 담배도 한 대 태우고는

물 좋은 가오리 병어 고등어 사랑께

어이 젊은 이녘들

깎으려거든 이년 한숨이나 깎소

생선의 머리통 *노굿대로 찍어 올리며

물 좋은 요놈만 말고

한 물간 이 년의 팔자도 떨어가랑께

파장의 어둠 깔린 어시장 한 귀퉁이

얼큰히 취한 막걸리에 침 묻혀 지전 세다

육자배기 한 소절에 서방 놈 메어꽂아도 보고

바람 잘 날 없는 세상살이 푸념도 흘려보고

생선 비늘 내려앉은 희뿌연 머리카락 흔들며

에헤라 데헤라 살자꾸나

바닷물에 빈 다라니 헹구는

몸빼이 입은 전라도 엄씨들

 

 

*노굿대 : 생선 찍을 때 쓰는 갈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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