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눈물시편

봉두에서

침묵보다묵상 2011. 8. 10. 16:22

*봉두에서

 

 

   

영정도 없는 갓난아이가

봉고차에 실려 채석장 지나

봉두 화장장에 도착했다.

배냇짓도 못 다한 것이

강보에 싸여 화로에 눕혀졌다.

술기운 오른 화부가 무표정하게

갓난아기를 밀어 넣고 스위치를 켠다.

젊은 어미는 춤추듯 손을 내젓고

젊은 아비의 친구 몇이 말리거나

소주를 들이켜다 마른 나무처럼 서있다.

그 애 탈 것이 무엇이 있는지

화장장 굴뚝에선 재티가 날리고

젖살을 태워 날린 갓난아기의

뼈 몇 점이 화덕을 타고 나왔다.

울음을 참던 갓난아기의 어미는

손 훠이훠이 내 저으며 입술 깨무는데

산골짜기 어디선가 빈 젖 물린 듯이

암꿩의 울음소리 꺼억~꺼억 들려온다.

 

 

*전남 여수시 화장장이 들어선 마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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