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다니던 봄
1.
반란은 도처에서 시작됐다.
꽃잎들은 선전선동 중이다.
바람 궐기시키며 오는 봄
남녘은 늘 선도적이었다.
꽃 피는 것도 반역이라면
각오하겠다, 꽃 산천 남녘.
2.
순천 낙안면 금둔사에
홍매화 피었는데도
스님들 새벽 예불에 곤했는지
발걸음 떼는 인기척도 없어
화장실 어디냐고 묻지 못했다.
오줌 마른 강아지처럼 낑낑대다
봄 푸른 대숲에서 볼일 자~알 봤다.
3.
매화(梅花)를
매화꽃이라 불렀다가
혼났다, 혼쭐났다.
꽃 자 붙이지 않아도
이미 꽃이라고 했다.
맞다 맞아!
4.
철근쟁이 해화 형 꽃에 미쳐서
공치는 날이면 산천 쏘다닌다.
돈도 안 되는 시 쓰다가
돈도 안 되는 사진 찍다
형수한테 혼나고도 쏘다닌다.
5.
갈아엎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있다.
혁명은 안과 밖을 뒤집는 것이라더니
뒤집기는커녕 얻어터지고 돌아와서는
불콰한 소주에 엠헌 삼겹살만 뒤집는다.
뒤집힌 땅은 기분 좋은지 붉은 속살 드러낸다.
6.
봄의 시동은 매화가 건다.
매화가 시동 잘 걸어서인지
봄이 부릉~부릉 잘 달린다.
천지 일깨우는 향기 피운다.
일어나라, 좋은 시절 왔다.
7.
섬진 마을에 사는 늙은 아낙네
시퍼런 것 한가득 지고 가 길래
"혹시 봄동 아니요?" 물었더니
"봄동이 아니라 봄똥"이라고 한다.
전라도는 사투리도 순정도 아주 세다.
8.
섬진강 팔아먹은 도둑놈들 무진장 많다.
모래 도둑놈, 수자원 도둑놈, 시인 도둑놈
팔아먹는 놈들은 많은데 잡혀간 놈들은 없다.
섬진강은 그래서 수사기관을 믿지 않는다.
에라잇, 날 도둑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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