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노동시편

겨울 화치*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22

겨울 화치 

 

 

면장갑 쩍쩍 붙는 철판에

석필 긋고 절단작업을 한다.

벌겋게 언 귓불과 작업화 속 언 발가락을

시퍼렇게 불 뿜는 산소 불기로 녹여본다.

도면 놓고 작업순서 계산하던 배관공은

고압선 흔드는 갯바람 소리에 질린 듯

억새밭에 달려가 소변보며 파르르 떤다.

"뭔 놈이 추위가 이리 징하당가!"

"글씨 말이야 사람 잡것네, 잡것어!"

산소 절단기와 용접기 팽개치고는

공장 담벼락에 웅크리고 햇볕 쬔다.

오살 나게 추운 이 겨울만 지나면

율촌에 큰 공사가 터진다더라!

봄이 오면 서산으로 갈거나!

일당 센 대불공단 가볼까!

일당 따라 이리저리 떠돌아도

돈푼 모으지 못한 겨울 노동자들

언 입 달싹이며 풍문을 전한다.

 

*전남 여수산단 안에 위치한 마을로 산단 들어서면서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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