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노동시편

오, 그들의 노동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18

, 그들의 노동 

 

 

낡은 구두 깁지 않는 세상으로 변했다.

늙은 신기료장수는 무릎에 댄 가죽 걷었다

본드냄새 지겹도록 붙이고 꿰매고 못질하던

양화공은 은행 빚을 내 정육점을 차렸고

대폿집에서 소일하던 양복쟁이는

날품 팔러 공사판 노가대로 나섰다.

열 몇 살부터 아현동 농방에서 얻어터지며

자개농 기술 배웠다는 젊은 놈은

쓸모없는 기술 됐다며 당구장을 드나든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더니

숙련의 한 우물만 파던 고집

헌 신짝 취급에 누구도 모른 척 하고

콘베아에 실려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

대항도 못해보고 패잔병이 된 사내들

변두리 골목어귀에서 술내기 윷놀이를 하고

갑갑증 달래던 삼봉 끝에 멱살잡이를 한다.

얼굴도 녹슬어 저물어가는 인생들

선술집에 모여 허기를 달래다가

가봉하던 핀의 추억을 달래던 양복쟁이

헤진 구두를 깁던 수선공의 이야기는

구시렁구시렁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 그대들의 오래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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