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復歸)
하늘에 초승달이 떠서
낫날에 찔린 가슴으로 살면서
왜 이렇게 사나 왜 이렇게
부르는 이도 안아주는 가슴도 없건만
돌아가야겠다, 때 절은 공장 길
쭈그러진 얼굴들의 땀 냄새
못난 놈끼리 흉보다 멱살 잡다
깡 소주에 돌아버리기도 하는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야겠다.
가거들랑 기계처럼 일해야지
쓰라린 기름 밥 철야 조출 밥
이윤의 실 쫙쫙 뽑아내는 누에로
못 견딜 노동에 지친 체력으로
더는 갈 곳도 없는 막 다른 길
화사한 꽃으로 피지도 못한
붉은 깃발로 솟구치지도 못한
생계와 비겁에 찌든 못난 작업복
옛 사랑의 울음 삼키며
복귀하는 무거운 이 발걸음
가더라도 다시는 이제 다시는
못난 놈 비겁한 놈 편 가르지 말아야지
근로기준법 몇 줄 안다고 뻐기지 말아야지
앞서라 뒤에 서라 잰 척도 말아야지
무슨 팔자 피자고 가긴 가랴만
아득한 밥의 쓰라림
엔간치 않은 솟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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