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노동시편

복귀(復歸)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15

복귀(復歸)

 

하늘에 초승달이 떠서

낫날에 찔린 가슴으로 살면서

왜 이렇게 사나 왜 이렇게

부르는 이도 안아주는 가슴도 없건만

돌아가야겠다, 때 절은 공장 길

쭈그러진 얼굴들의 땀 냄새

못난 놈끼리 흉보다 멱살 잡다

깡 소주에 돌아버리기도 하는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야겠다.

 

가거들랑 기계처럼 일해야지

쓰라린 기름 밥 철야 조출 밥

이윤의 실 쫙쫙 뽑아내는 누에로

못 견딜 노동에 지친 체력으로

더는 갈 곳도 없는 막 다른 길

화사한 꽃으로 피지도 못한

붉은 깃발로 솟구치지도 못한

생계와 비겁에 찌든 못난 작업복

 

옛 사랑의 울음 삼키며

복귀하는 무거운 이 발걸음

가더라도 다시는 이제 다시는

못난 놈 비겁한 놈 편 가르지 말아야지

근로기준법 몇 줄 안다고 뻐기지 말아야지

앞서라 뒤에 서라 잰 척도 말아야지

무슨 팔자 피자고 가긴 가랴만

아득한 밥의 쓰라림

엔간치 않은 솟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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