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금요일 오후 탱크가 폭발하면서
청년 노동자가 철판과 함께 날아갔다.
죽음의 소식을 접한 작업자들은
볼트를 죄던 스패너를 놓고
안전모를 벗어 던지더니
허망한 듯 담배를 태운다.
노동자들은 몇 칠 동안
아시바를 타다가 후들후들
후줄근한 땀 등짝 적시고
사자(死者)탑 고공철탑에서
추락하는 꿈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몇 칠을 보낸 후
죽음이 스쳐간 현장에서
철판을 절단하고 용접하며
수첩에 잔업시간을 적었다.
'보상금 몇 푼 안 된다며, 처자식들 어떻게 살라고.'
'사람 목숨 값이 아니라 완전 개 값이야, 개자식들!'
노동의 최후를 생각하며
그다지 서럽게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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