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노동시편

그 이후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17

그 이후

  

 

금요일 오후 탱크가 폭발하면서

청년 노동자가 철판과 함께 날아갔다.

죽음의 소식을 접한 작업자들은

볼트를 죄던 스패너를 놓고

안전모를 벗어 던지더니

허망한 듯 담배를 태운다.

 

노동자들은 몇 칠 동안

아시바를 타다가 후들후들

후줄근한 땀 등짝 적시고

사자(死者)탑 고공철탑에서

추락하는 꿈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몇 칠을 보낸 후

죽음이 스쳐간 현장에서

철판을 절단하고 용접하며

수첩에 잔업시간을 적었다.

'보상금 몇 푼 안 된다며, 처자식들 어떻게 살라고.'

'사람 목숨 값이 아니라 완전 개 값이야, 개자식들!'

노동의 최후를 생각하며

그다지 서럽게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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