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실직수당마저 끊긴 날
새끼에게 라면을 끓여 먹이면서
잘린 목이 잘리지 않은 듯
어린 눈망울 바라보다가
목 잘릴 때보다 더 목 메여
눈물 면으로 허기를 채웠다.
아비의 목이 잘리면
새끼들의 목도 잘리고
새끼들의 목마저 잘리면
다음엔 그 무엇이 잘릴까?
노동의 아비가 실직의 아비로
밥의 아비가 라면의 아비로
집 없는 아비가 길거리 아비로
절망의 아비가 벼랑의 아비로
생계의 무거운 짐을 진
목 없는 아비는 어디로 가야하나
구인도 구직도 없는
실직의 시대를 걸어가는
목 없는 아비여
(졸시 ‘아비의 노래’)
실직, 파산, 야반도주, 자살로 이어지던 97년 IMF 겨울이었습니다. 두 아들을 홀로 키우던 시절이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기도에 참석한 뒤 신문배포하고, 허겁지겁 달려와 아침밥 준비하고 옷 입히면서 준비물 챙겨 학교에 보낸 뒤 막막한 거리로 나서던 때였습니다.
임시 거처였던 10평짜리 임대아파트마저 명도소송에 의해 쫓겨나야 했습니다. 월세 방을 얻으려고 이 동네 저 동네를 헤매는데, 홀아비에게 방을 주면 관리가 안 된다며 집주인이 거절했습니다. 문전박대 당한 뒤 밤길을 걷는데, 초등학교 4학년 큰아들이 “아빠, 그 방은 하나님의 뜻이 아닌 것 같아요”라며 위로해주었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아픔입니다. 당시를 되돌아보니 또 다시 눈물 납니다. 구태여 옛일을 들추는 것은 제2의 IMF가 또 다시 가난한 이웃들을 공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자들만을 섬기는 무능한 정권, 실책에 실책을 거듭하면서도 반성은커녕 생사람들을 잡는 정권이 국민을 구렁텅이를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서민들을 살릴 수 있을까요? 혹시 기대하십니까. 거듭된 오판으로 또 다시 발등 찍지 마시길….
아이들을 버리지 마십시오!
8일 오전 9시께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도 내리(里) 선착장 앞바다에 운전자 A(54.경기도 의왕시) 씨 등 일가족 4명이 탄 승용차가 빠져 있는 것을 선착장 인근에 사는 어민 C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 명 당 24명. 지난해 스스로 목숨 끊은 사람은 모두 12000여 명으로 인구 10만 명 당 24.8명입니다. 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의 2배가 넘는 지상 최고의 자살공화국입니다. 한 가족의 자살, 부모와 함께 죽은 자녀들을 생각하면 가슴 미어집니다. 참혹해집니다. 왜, 아이들이 죽어야 합니까?
자살의 계절이 다시 엄습하고 있습니다. 불황과 실직, 빚더미와 파산으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IMF 잿더미에서 벗어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가난한 이들이 또 다시 비극의 수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비명의 아수라장이 방방곡곡입니다. 정권은 외마디 비명조차 통제하려고 합니다.
제발 무너지지 마십시오. 무너져선 안 됩니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기억하십시오. 새근새근 잠든 아이들의 머리맡에서 차라리 눈물 흘리십시오. 자식을 버리지 마시길 간절히 호소합니다. 빚더미는 목숨을 조이고, 미움과 증오는 제 몸을 자해하고, 모든 것을 부수고 싶은 분노가 파멸의 잔을 마시고 끝장내라고 유혹하더라도 절대 마시면 안 됩니다.
무너지고 깨어져야 할 것은 가정과 아이들이 아닙니다. 무너져야 할 것은 우리의 삶이 아니라 욕정의 아귀다툼입니다. 가난한 살림을 갉아먹는 자본의 갈퀴입니다. 서민의 눈물을 우롱하는 권력입니다. 국민에 의한 권력도 없었고, 국민을 위한 권력도 없었던 땅입니다.
부나비는 불에 타죽는 순간까지도 황홀의 춤을 춥니다. 끝 모르는 욕망으로 비상하다가 태양에 녹아버린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았던 우리 모두는 욕망의 희생자이고, 원인 제공자입니다. 자백하고 참회합시다. 폐허의 삶을 고쳐서 온전한 삶으로 복귀해야 합니다. 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않으면 우린 동사하고 맙니다.
제 목숨을 제 것이라 함부로 내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목숨이 어찌 우리만의 것입니까. 푸른 숨을 쉬며, 생명으로 춤추는 이 귀한 새끼들을 무슨 권한으로 끊는단 말입니까. 아내가 궁색한 저를 선택한 것은 그것입니다. 지 새끼들을 끝내 버리지 않고 지키려 애쓰는 저 부성이라면 가정을 지키겠구나, 사랑의 언약을 지키겠구나!
<생존 십계명>
환난의 터널을 완전히 통과하지 못한 처지에서 감히 <생존 십계명>을 적어봤습니다. 인생의 진정한 승리는 영광의 월계관이 아니라 최선의 경주로 골인 지점에 닿는 것이라고 믿으면서 미천한 제 경험을 녹여봤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①부모형제 - 주변사람들은 돕지 말라 - 자신이 만든 문제이니 스스로 해결하게 하라. 가족과 주변 도움에 의한 위기모면은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이다.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려는 자를 돕는 것은 영영 일어서지 못하는 앉은뱅이로 만드는 것이다.
②사람에게 기대지 마라 - 비수 꽂는 자도 사람이고, 위로하는 자도 사람이다. 어설피 사람을 믿다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 실족사가 아닌 자살이 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유보하고 광야에 홀로 서라.
③비참해져라 - 실패의 화인(火印)을 새기라. 다시 직립 보행하기 위해선 쓰러짐의 처절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비난과 모멸의 화살에 꽂혀 피 흘리고, 피울음의 밥으로 허기를 채워야 한다. 화인은 인생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④취하지 말라 - 괴로움을 잊기 위해 마신 술은 독약이고 죽음과의 키스이다. 술 권하는 게 미덕인 사회풍토가 대한민국을 지상 최고의 자살공화국으로 만들었다. 탤런트 고(故) 안재환씨의 숨진 차량 안에서 소주병이 발견됐다는 것을 명심하라.
⑤정면 대응하라 - 피하지 말고 정직하게 대응하라. 빚은 빚더미를 낳고, 도피 행각은 올가미로 조여 온다. 뻔뻔할 정도로 담대하게 맞서야 끌려 다니지 않는다. 복권과 노름 등 막판 도박은 자멸일 뿐이다. 채무자들을 불러 모아 ‘죽어도 빚은 갚고 죽겠다’고 선언하라.
⑥가족을 지키라 - 가족은 발목을 잡는 덫이 아니라 빼앗긴 행복을 되찾기 위한 전선의 최후 보루이다.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하는 것은 교각(橋脚)이 아니라 가족과의 연대(連帶)이다. 가족의 눈물은 부활의 십자가다.
⑦참 신앙을 가지라 - 고난은 축복이며 유익일 수 있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참회의 손을 모으면 행복의 여정이 아니라 욕망의 질주였음을 깨닫게 된다. 고난이 주어지면 이길 힘도 주어진다는 믿음, 고난을 통해 인생은 깊어진다. 심신이 지친 틈새로 헛것 같은 사교(邪敎)가 틈탈 수 있으니 유의하라.
⑧새벽을 깨워 기도하라 - 몸보다 먼저 병드는 것은 영(靈)이다. 심장을 찢는 고통이 불면의 밤을 새게 하고, 몽롱한 정신조차 약으로 유지될 때 죽으면 죽으리라 하고 새벽을 깨우라. 병든 영혼을 치유해주는 새벽, 싸늘한 공기를 마시며 맑은 별빛을 따라 예배당에 들어가 무릅 꿇으면 생명의 기운이 일으켜 세워줄 것이다.
⑨이웃을 도우라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 하늘은 감동한다. 궁박(窮迫)한 형편에 어찌 남을 도울 수 있겠는가?라고 묻지 마라. 자신보다 어려운 걸인을 돕는 걸인의 행복을 아는가. 임종을 돕는 호스피스는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는다.
⑩재발 방지하라 - 고난의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또 다시 패가망신의 길을 걷는 자가 수두룩하다. 승전이 패전이 되고, 용사가 비겁자가 되는 게 인생의 역사다. 완치되기 어려운 알코올, 마약, 도박, 술 취함, 교만 등의 병균은 잠복 중이므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라.
[200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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