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예수시편

그 사내

침묵보다묵상 2011. 8. 10. 17:38

그 사내

 

   

 

나는 보았다.

그 사내를 보았다.

서울역 영등포역 노숙자 틈에서

보루박스 신문지 덮고 자는 것을

단속에 부서진 노점상의 눈물에서

강제철거로 쫓겨난 담벼락 낙서에서

일자리 빼앗긴 비정규직 가두 투쟁에서

토끼몰이 단속에 죽어간 불법체류자 영정에서

나는 보았다, 그들과 한 패거리인 그 사내를

나는 보았다, 밑바닥보다 더 밑바닥인 그 사내

나는 보았다, 외로움보다 더 외로움인 그 사내

나는 보았다, 헐벗음보다 더 헐벗어 떠는 그 사내

실패한 자의 벗이 되기 위해 날마다 실패하는 그 사내

성공한 자들에게 조롱당하면서 끝내 실패하는 그 사내

'시인의 창 > 예수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리봉 탄일 밤  (0) 2011.12.27
천국은  (0) 2011.08.10
독사의 자식들 3  (0) 2011.08.10
독사의 자식들 2   (0) 2011.08.10
독사의 자식들 1  (0) 201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