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노동시편

서른여덟의 시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50

서른여덟의 시

  

 

 

목숨보다 더 뜨거울 것처럼 길길이 뛰다

비루먹은 개처럼 꽁무니 빼는

원숭이 똥구멍보다 더 새빨간 거짓말

비겁과 거짓으로 뻔뻔해진

도마에 올려 진 동태 대가리 날리듯

한 칼로 쳐 날려 끊지 못하네.

저자바닥에 다라니 양은그릇

손톱 갈라진 돌산 할매 꼬막 바지락 까듯

갈치 몸뚱이 토막 내는 동산동 어멈처럼

아침 해장술에 불콰해진 장바닥 술꾼처럼

서른여덟의 좌판에 놓인 시를 까발려 보고

토막도 내어보고 헝클어도 봤지만

, , 없네 삶도 목숨도 없네

머리 숲 젖가슴까지 비린내에 절어버린

흥정 끝에 이년 저년 머리칼 잡고 뒹구는

그네들의 밥과 눈물과 술이 없고

잔재주에 어설픈 객기만 나뒹구네.

장바닥 어슬렁거리며 자릿세 뜯는 건달처럼

그네들의 삶을 이리 저리 뜯어 부쳐서

슬픔의 분을 바르고 거짓 눈물을 흘렸구나.

만선은커녕 흉어기로 텅 비어버린

개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던

서른여덟의 파시된 항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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