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예배 30일째, 아침금식 14일째에 보내는 편지
1.
인왕상 오르는 길 초입에 위치한 황학정. 잔설에 덮인 정자는 텅 비어 있고 담장 옆 능소화는 빈가지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서글프지 않게 푸른 겨울 하늘과 청솔은 잔설 흩날리는 바람과 어울리는데 활 쏘는 궁사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정자 담장아래 엎드린 흰둥이, 검둥이가 햇볕 쬐며 졸고 있었습니다. 평화롭고 한가로운 정경이 산수화 화폭 같았습니다.
2.
오늘은 작정한 새벽예배 30일, 아침금식 14일째입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예배에 참석한 어떤 이가(술 취한 것 같았음) 큰소리로 예배를 방해하는 것을 보면서, 술로 날밤을 샜는지 휘청거리며 새벽을 걷는 어떤 이를 보면서 이 새벽을 깨워 기도하게 하신 주님께 감사 드렸습니다. 술 취한 저 이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었는데, 주님은 취한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거두어 당신에게 맡기셨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주님이 계신 것을 저는 깊이 느낍니다. 간섭할 뿐 아니라 우리의 계획을 만지시는 주님으로 인해 저의 새벽기도는 감사와 축복의 눈물로 적셔졌습니다. 새벽길을 가다가도 기도하고, 산길을 오르내리면서도 묵상 기도를 하면 응답을 주십니다. 응답 그대로 시행하게 하면서 우리의 항해를 순탄케 하시는 주님의 간섭과 감독을 느낍니다.
3.
"솔아 승아 시험 준비 잘 하고 있니."
"예 잘되고 있어요(솔). 네(승)"
"아빠가 예전보다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고 걱정도 되고 그렇거든."
"아빠 걱정 마세요. 시험 준비 잘되고 있고, 이번에 시험 잘 봐서 새엄마한테 자랑할 거예요."(솔)
오늘 아침에 나눈 대화입니다. 참 착하고 예쁜 솔이입니다. 솔이는 오늘도 아빠와 이렇게 인사하면서 등굣길에 나섰습니다. 아래 인사는 오래된 우리들의 인사이며 가훈입니다.
"항상"(아빠)
"기뻐하라"(솔이)
"쉬지 말고"(아빠)
"기도하라"(솔이)
"범사에"(아빠)
"감사하라"(솔이)
"아멘"(아빠+솔이)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만납시다. 즐거운 하루, 행복한 하루!"(아빠)
승주씨!
솔이에게 시험 잘 보라는 격려의 문자를 보내면 참 좋아할 것이며,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한다는 사실에 더 힘내며 의지를 다질 것 같아요.
[200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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