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사랑편지

[스크랩] [그대에게 부친 연서(戀書) 20]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47

 

자정이 가까이 오는 12월의 밤거리는 취객들이 차지했습니다. 취한 목소리로 핸드폰을 붙잡고 횡설수설 하는 사람들, 2~3차를 가기 위해 우왕좌왕 하는 사람들, 초점 풀린 눈빛으로 술에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 사람들은 저무는 12월을 술에 쫓기며 보내고 있습니다. 저 이들의 모습이 바로 제 모습이었습니다.

 

도회지 사람들은 언제나 쫓기며 살아갑니다. 일에 쫓기고, 명령에 쫓기고, 돈에 쫓기고, 사람에 쫓기고, 갈등에 쫓기고…. 쫓기면서 살던 어느 날 병이 찾아오거나 혹은, 자신이 쫓던 것들에게 쫓겨나거나 배신당하면 그때서야 "잘못 살아왔구나"하고 탄식합니다. 어느 시대나 그러했겠지만 사랑이 없는 곳에는 분쟁과 전쟁과 병과 죽음이 검은 그림자처럼 덮칩니다.

 

"나의 입술에 모든 말과 나의 마음에 묵상이 주께 열납되기를 원하네. 생명이 되신 주 반석이 되신 주. 나의 입술에 모든 말과 나의 마음에 묵상이 주께 열납되기를 원하네"

 

당신과 함께 부르는 복음송.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음은 따뜻해졌습니다. 당신께 기도를 드리는 동안 제 눈망울에는 당신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눈물이 잠깐 고였습니다. 그렁그렁한 눈물이 아니라 반짝 빛나는 진주 같은 눈물…. 당신에 취한 저는 술에 취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나의 아픔과 병을 낫게 하는 힘이 있어서 저는 술을 찾지 않습니다. 대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당신을 향한 그리움의 노래를 부릅니다.

 

당신은 참 묘한 매력을 지니셨습니다. 육신은 곤할지라도 당신이 주신 사랑과 평강으로 끝내 지치지 않게 합니다. 당신을 만나면서 제 안에 있던 우울과 분노는 걷히고 기쁨과 감사가 충만해졌으니 당신은 저를 치료해주신 매우 특별한 주치의입니다. 당신은 저에게 신유의 은사를 보여주셨습니다. 제가 당신을 칭찬하고 높이 평가하는 것은, 당신의 주장인 '콩깍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양보하지 않고 주장합니다.

 

제가 당신께 드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해요"라고 드리는 고백 혹은, 당신을 향한 그리움의 기도 정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타깝습니다. 더 드릴 수 없기에 저는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언약합니다. 제가 이렇게 감사의 입술을 열 수 있게 된 것은 주님의 은혜이며 주님은 당신을 선물로 보내셨습니다. 이 은혜를 평생 사랑으로 갚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일 새벽에 깨면 저는 또 다시 주님께 고백할 것입니다. 주의 귀한 축복으로 저에게 오신 당신을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예비 된 이 새 가정에 감사와 은혜가 넘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신 편안히 주무세요.

 

 

[2005-12-09]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뜨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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