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사랑편지

[스크랩] [그대에게 부친 연서(戀書) 6]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42

몸살 앓듯이 뒤척이다가 깨어나면 가슴이 아려오듯이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문자를 보다가 이메일을 보다가 그래서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으로 당신을 그려봅니다. 아팠다가도 금방 회복하는 당신이기에 밤새 앓는 당신의 몸살이 내일 아침이면 씻은 듯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면서도 걱정의 마음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합니다.


지난 일주일은 이 세상에서 겪은 시간 중에 가장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각인의 시간이었습니다. 씨줄날줄로 또박또박 새겨져서 쉽게 지울 수 없는 각인,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내가 되는 그 시간으로 인해 앓는 몸살은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렸던 향긋한 몸살일 뿐입니다.


어찌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어코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주님이 주신 축복 중에 가장 큰 축복이 사랑의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사, 감사,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이제 바라는 것은 사랑과 그리움이 실상으로 발전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주신다고 했으니, 불안해하지도 의심하지도 말라고 했으니 오직 '아멘'의 입술로 놀라워 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린아이가 되는 것인지 모릅니다. 어머니의 젖을 보채는 아이의 입술 갖은 것, 어머니의 내음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칭얼거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내음에서 조금 멀어지면 안달 나고 칭얼거려지는 것은 주님이 주신 마음입니다.


당신이 몸살 앓는 동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겨울을 보채는 비가 그치고 나면 쌀쌀해 질 것이라고 합니다. 제 아무리 차가워지고 추워져도 겁먹을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체온이 저를 결코 춥게 하지 않을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아침이 밝아오면 당신의 몸살이, 나의 몸살이 나아지면서 더 깊은 사랑과 주님의 계획에 대한 신뢰가 쌓이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주님 앞에 나가 드리는 당신의 기도로 인해 저는 행복해지길 원합니다. 나의 기도는 당신에게 향하고 당신의 기도는 나에게로 향하길 원합니다. 하나님은 협력하여 선을 이루라고 하십니다. 가장 아름다운 협력은 사랑을 통해 이루어가는 것이기에 주님이 기뻐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두려움 없는 사랑, 불안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너무나 원했던 사랑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우리의 두려움과 불안은 더욱 커지는 사랑으로 가기 위한 통과의례이며 성장 통이라고 저는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려움과 불안이 나를 흔들어도 그것에 휩싸이지는 않습니다.


빗소리가 굵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씩씩하고 또렷한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저는 아침을 기다리겠습니다. 또 다시 사랑한다는 말로 새벽편지를 맺습니다.

[2005-11-06]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뜨락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