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여자일기

[스크랩] [그 여자의 재혼일기12] 두 번째 기회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34

 

 

 

결혼하고 한 두 달 되었을까?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침프로에서 재혼에 대한 주제로 다루려고 하는데,

재혼가정 출연섭외가 어렵다면서 ‘최 국장님이 매우 솔직한 분이니 어쩜 출연할 지도 모르겠다’고 추천했다면, 방송 출연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순간, ‘아직 내가 혼자인 것,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이혼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재혼한 것을 공개적으로 알린다?’ 하며

이런저런 여파가 순간적으로 머리속을 어지럽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남편과 의논하니, 오마이뉴스에 자신의 이야기를 시시콜콜한 ‘사는 이야기’로 따뜻하게 풀어내는 남편도 재혼이라는 주제로

공중파 방송 출연은 ‘부담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재혼보다 이혼이 더 힘이 들었습니다. 전 남편과의 결혼이 ‘아니다’ 라는 것을 느낀 것은 결혼 전부터입니다.

그러나 많이 진전된 상황에서 끝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불행한 결혼 생활 6년, 별거 6년,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 이혼에 이르렀습니다.

딸의 적극적인 동의가 없었다면 그마저도 망설였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혼녀라는 말이 무서웠습니다.

 

 

설교시간에 ‘이혼한 사람은 죄를 진 것이니 회개해야 한다’는 목사님의 설교에 상처가 됐지만, 그래야(회개) 한다는 것을 압니다.

고린도전서 7장 11절 말씀 ‘아내는 남편과 헤어져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만일 남편과 헤어졌다면 그대로 혼자 지내든지 아니면 남편에게 돌아가십시오.’라는 말씀때문이 아니더라도 이혼은 당사자 뿐 아니라 양가족들의 상처와 아픔도 있는 것이기에 말입니다.

그러나 이혼을 후회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후련했으니까요. 무엇보다 딸과 함께 살게 되니 더욱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재혼 전에 이 말씀을 가지고 만류하는 분이 계셨다면, 아마도 재혼에 대해 더 많이 고민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혼은 했을 것입니다. 남편이 ‘하나님이 계획하신 것’이라고 무지 들이댔을 테니까요.

 

 

2008년 현재 남자는 인구 1,000명당 5.8명이 이혼하였으며, 여자는 5.7명이 이혼한 걸로 나타납니다.

전체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가 50%, 경제문제가 15%로 전체의 65%를 차지했고, 가족간 불화와 배우자 부정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

러나 구별하자고 하니 이런 통계가 나왔지, 아마도 복합적인 이유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2008년 결혼한 인구는 327,715명인데, 그중에서 신혼이 264,469명이며, 재혼이 62,758명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08년에 결혼한 사람중 19.15%가 재혼을 한 셈이 됩니다. 2009년도 통계청 발표자료에는 남자 재혼 54,000건, 여자 재혼은 59,000건으로 10만건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불행하게도 재혼의 성공률은 10%대 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자녀가 있는 재혼이 미자녀 재혼보다 성공률이 조금 높게 나온 것입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최근 10년 이내에 재혼에 성공한 874명(남 437· 여 437명)과 7차례 이상 미팅을 했으나 재혼하지 못한 1,406명(남 760·여 646명)을 대상으로 자녀 양육 여부가 재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는데, 자녀가 있는 사람의 재혼이 어렵다는 통념과는 달리, 52,9% 대 47.9%로 자녀양육 남성의 재혼 성공률이 다소 높았고, 여성의 경우는 31.6%와 31.9%대로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장대같은 아들이 2명이나 있다는 것에 가끔 ‘어떻게 다 키울려고….’하며 혀를 차실 때가 있듯이 자녀가 없으면 얼핏 홀가분해 보일 수 있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자녀가 있다는 것은 신중해 질 수 있다는 것이고, 자녀가 기쁨이 되며, 남편은 자신의 아이를 잘 돌봐준다는 것 때문에 저에게 더 잘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배우자에게 더욱 잘하게 됩니다.

재혼을 결정할 때 아들을 끼고 있는 그가 책임감 있어 보여 결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부분도 있습니다.

 

저희가 재혼을 하고 잘 살자, 구역식구들이 덕담처럼 ‘참 좋게 보인다. 재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을 때 우리 부부는 동시에 ‘쓸데없는 소리마라, 우리는 꾸준히 한 사람과 사는 사람이 부럽다.’고 했습니다.

 

자녀 양육에 있어 매일 싸우는 것보다는 이혼이 낫고, 이혼보다는 한쪽 부모가 사망한 것이 교육상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역시 서로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 번의 기회는 잃었지만, 또 한 번 주어진 기회는 놓지 않기 위해 오늘도 부족한 어미는 기도할 뿐입니다.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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