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여자일기

[스크랩] [그 여자의 재혼이야기 14] 대학생 세 명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35

우리 집에 대학생이 3명입니다.

남편, 딸, 큰 아들

그리고 곧 대학에 들어가야 할 재수생 아들..

결혼 전 남편이 기자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습니다. 동료들 이야기를 할 때면 ‘그 후배가 고려대를 나왔는데..’, ‘그 후배는 연대출신이거든..’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여수에서 올라온 사람이지만 최소 지방대라도 졸업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남편과 통화를 하다가 ‘전공이 뭐예요?’ 하니, 순간 저쪽에서 숨이 막히는 듯 말이 끊겼습니다.

짤막한 정적 속에 전 상황을 알아차렸지요. “대학 안 나왔어요?” 물으니 “네.” 하는 흔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럼 대학에 들어가야겠네요.” 하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니 “그래요. 그러면 돼지요?” 하며, 전화기 너머로 그의 어깨에서 엄청난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남편은 내가 대학원 2곳을 마쳤으며, 박사과정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할 때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한심하고, 내가 그 자신의 형편을 알아채면 어떻게 나올까 상상하며 가슴을 졸이고, 마음 무거웠을지 짐작이 갑니다.

남편은 고령자우대로 가톨릭대학교 야간 심리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야간부에는 없었습니다.

낮에는 직장, 밤에는 공부, 첨에는 ‘장학금 받아올께요.’ 큰소리쳤지만, 뒤늦은 공부는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컴퓨터. 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자신이 습득해야 해결됨으로, 결국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온갖 신경질을 다 부리더니 다음 해에 간신히 통과를 했습니다.

첫 성적표를 받아본 저는 “그냥 졸업만 해요. 지금 나이에 교수될 것도 아닌데, 뭐.” 쿨하게 대응했지요. 대신 자식들에게 성적 같고 야단은 치지 못하겠다며 놀렸지만.

 

다음 해에 동갑인 딸과 큰 아들이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딸과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고3생활은 전혀 달랐습니다.

딸은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수시입학에도 1학교만 지원, 혼자 시험치고 떨어졌습니다만, 큰아들은 8군데의 대학에 지원, 저와 아빠가 데려다주고 데려오면서 고3의 특권을 다 누렸지요. 결과는 같았지만요.

 

아들보다 딸이 더 걱정이었습니다. 서울 중상위권인 아들보다 대안학교에 성적도 좋지 않은 딸은 정말 갈 곳이 없었습니다.

전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00이에게도 이 땅에 보내신 분명한 뜻이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며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아야 할지 가르쳐주십시오. 00이가 하나님을 향한 분명한 비전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깨우쳐 주십시오.”

그때 마음 속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학교와 과의 이름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하나님, 이거 하나님이 주신 생각이에요?”

정시 응시원서를 작성하던 날, 딸에게 가군으로 하나님이 가르쳐주신 학교와 학과를 쓰자고 했습니다.

딸은 펄쩍 뛰며 “엄마, 우리 학교에 나보다 훨씬 성적 좋은 애가 여기를 썼는데, 선생님이 거기는 개나 소가 들어가는 데가 아니라고, 낮추라고 했어. 나 여기 안돼.” 했습니다. 전 기도중에 하나님께서 주신 생각이니, 가군은 이곳을 쓰고, 나군과 다군에 네 성적에 맞추어 쓰자고 설득했습니다.

 

가군 학교가 첫 서류전형에서 통과하자, 딸은 믿을 수 없다며 ‘어떻게 내가 붙였지?’라며 믿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군 외에 나, 다군은 모두 탈락했기 때문에 더욱 믿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론은 현재 딸은 하나님이 지정해 주신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딸은 매우 달라졌습니다. 하나님이 자신을 향한 분명한 뜻이 있으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기쁨과 감격 속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문제였습니다. 수시에 다 떨어지고, 정시에도 8군데 정도 지원했지만, 2~3군데 대기자 명단에 올랐을 뿐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나은 곳이 시립대학 58번 대기자였습니다. 전 아들을 앉혀 놓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너는 너만 위해 살고, 대학도 멋있는 곳, 이쁜 여자애들이 모이는 곳 등 세속적인 부분만 관심이 많았지 하나님께 대학이나 미래에 대해 기도해 보지 않았지? 하나님은 네가 기도하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 하나님이 뜻하시는 곳이라면 58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붙고, 아니라면 1번이라도 떨어질 거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알기위해 기도했으면 좋겠다.”

고3 생활도 큰 무리없이 잘 지내고 학교에 대해 별 걱정하지 않던 아들은 풀이 죽어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1차 대기자 합격자 발표가 있었고, 다시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차 발표가 있던 날 아침, 자가용으로 출근하던 저는 차 안에서 하나님께 소리쳤습니다.

“하나님,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하고 기도 못하겠어요. 무조건 붙여주세요. 시립이니까 등록금도 싸잖아요. 관리비 주신다고 하셨으니까, 무조건 붙여주세요, 네? 붙여주세요!”

사실, 악을 쓰며 하나님께 생떼를 부렸습니다. 또 마음 속에서 ‘알았어, 알았어’ 하는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히히, 죄송해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퇴근 후, 마침 아이들 3명이 모두 집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형을 붙여주시겠다고 하셨다. 감사의 아부를 하기 위해 모두 수요예배를 드리자”고 하며, 응답받았던 상황에 대해 말해 주었습니다.

딸은 “아무리 하나님이 그렇게 응답하실까?” 하며 퉁을 주었지만,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의) 성격대로 응답하셔.‘ 하며 일축했지요.

 

그날 밤 10시, 인터넷으로 2차 발표를 보던 아들이 ‘붙였다~’하며 소리쳤습니다.

저는 ‘붙는다고 했잖아~ ’ 하며 큰소리 쳤지요.

 

남편은 이렇게 간증하는 절 보고, ‘무슨 서울대나 붙은 것처럼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고 민망해 하지만, 사실 서울대 부럽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들을 직접 간섭하시고 이끌어주신다는데 서울대, 연고대가 부럽겠습니까.

이렇게 우리 집에 대학생이 3명이나 되었습니다.

남편의 등록금은 주로 융자로 해결하고, 딸과 아들은 지금까지 제가 모아놓은 돈으로 해결해 갑니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들은 군대에 보냈고, 딸은 2011년 현재 4학년입니다.

이미 재수를 결정하고 내년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막내의 학원비도 대학등록금보다 많아, 짐작하시겠지만, 한학기, 한학기를 맞이할 때마다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하지 않는 것은, 관리비를 주실 하늘 아버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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