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여자일기

[스크랩] [그 여자의 재혼일기 10] 남의 자식 야단치기?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33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는 아이들에게 “나는 자식에 대한 애착이 심해. 그래서 아빠랑 결혼하고 나서 혹시 만에 하나 아빠랑 헤어지게 된다면 너희들은 엄마 자식이 된 거니까 나랑 살아야 돼. 약속하지?” 했습니다.

남편은 왜 그런 소릴하냐며 싫어했습니다. 남편은 헤어진다라는 말조차 듣기 힘들어 했습니다.

‘헤어진다’라는 단어는 그에게 오랜 동안 극복하기 힘든 깊은 상처를 남겼으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너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을 아이들에게 하고픈 나의 마음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장대같은 아들이 두 명이 생겼는데 어찌 다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

아이들은 새엄마를 만나 좋은 환경, 예전보다 좋은 집이나 경제적으로 나아지고 안정되었다는 점에서는 좋았겠지만,

그들 역시 여자들을 적응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딸과 아들들이 이야기도 잘 나누더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대화가 줄어드는 것같습니다.

막내가 사춘기에 들어서기도 했고, 서로 알아가면서 차이점을 많이 느끼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서로의 관심사들이 다른 곳으로 넓어져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요.

 

남편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것 중의 하나는 자식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품었다는 것, 내 자식 입에 밥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고 할 것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 남편이 하는 행위를 보면, 결사적으로 나와 결혼하려고 했던 것이 자식들 때문이 아닌가 하는 괘심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흠~~~)

 

결혼 초기에는 아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고, 화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쉽게 나무라지 못하겠는 것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남편이 아이들, 특히 막내를 싸고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스스로에게 있었는데 이것이 계모라서 더 화가 나는 것은 아닌지,

혹은 계모니까 나무란다고 아이들과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나면 입을 다물어버렸지요.

 

이런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니 자식이나 내 자식이나 똑같다.’라는 

배로 난 딸이나 가슴으로 난 아들들이나 하는 짓이 똑같더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더니 문득 생각나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근무했을 때 명문 종가집 며느리에 대한 책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다 잊었는데 이상하게 한 구절만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종가집의 후처로 시집을 가셨는데, 이미 전처의 자식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 분은 후처로 들어가는 분들에게 한 가지 말하고 싶다면 ‘자식은 꼭 하나는 놔라, 그래야 네 자식이나 내 자식이나 똑같다는 것을 알고 서운해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 말만 기억에 남는 것일까요? 하나님이 이런 때를 알고 계셨기 때문인가요?

 

그러나 남편의 행동에는 부아가 치밀곤 했습니다.

어느 날 출근 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여고 1년생을 만났습니다. 같이 엘리베이터에 있던 아주머니가 학생을 보더니 “너 요즘도 5시간 밖에 안자니? 엄마가 여전히 공부하라고 관리하시니?”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은 나를 힐끔 보더니 짤막하게 “네”하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놀래서 “겨우 고1인데 벌써 그러니?”하고 물으니, 그 아주머니는 “얘네 엄마가 애를 아주 무섭게 관리해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럴 때 엄마들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전 공부에 대해서는 ‘방목주의’지만, 죄책감을 느끼곤 합니다. 방목이 방임이 아닌지,

능력이 안되니까 스스로 위안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고2 우리 막내는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전 “옆집 고1은 5시간 잔다는데, 너 이래도 되는 거냐?” 했습니다. 물론 야단치는 식으로 하면 기분이 나쁠까봐 웃으면서 농담처럼 했습니다.

옆에서 빨래개고 있던 우리 남편 뭐래는 줄 아십니까?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냅다 “쓸데없는 소리하고 있어.” 이럽니다.

우이씨, 몇 개월 전 이야긴데도 지금도 생각만 하면 화가 나네요.

얼마나 기분이 상했던지 “말도 못해?”하고는 입을 다물어버렸죠.

“이 다음부터는 니 자식에 대해서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절대 말하지 않으마.” 결심하면서 말입니다.

방으로 돌아와 남편하고도 며칠 말을 하지 말고 입을 다물어버릴까 생각하며 “아, 진짜 하나님, 짜증나고 힘들어요.” 하나님께 투덜거렸습니다.

그리고 어쩔까요? 했는데 ‘애휴, 며칠 말 안해서 분위기 나쁘면 00(딸) 보기 민망하고(사실 미안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네요), 얼마나 살고 죽겠다고 이 나이에 삐져 있냐. 봐주자’ 하는 결론이 났네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서, 남편이 막내에게 무지 화를 냈습니다. 아빠는 짠해서 야단도 잘 못치고 사랑의 표현도 닭살 돋게 하고, 격려하며 이런저런 말도 많이 해주는데 공부가 그리 쉽게 되지 않은 아들은 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원했던 것뿐인데.

분위기가 너무 험악하여 남편을 달래서 남산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결론이 뭐냐구요.

‘결국 자신들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만큼 뒷바라지 하고, 안되면 욕심내지 말고 분수껏 살게 하자. 꼭 뭐가 될 필요가 뭐가 있냐, 행복하면 된다. 하나님이 우리 애들에게 향하신 뜻이 있지 않겠느냐, 지금 안되면 나중에 자기가 느껴서 해도 늦지 않다. 애들 크면 자식에게 기대지 말고 우리끼리 손자 키우며 재밌게 살자.’

 

아참, 지금은 어떠냐구요?

이후로 뭔가 남편이 아~~주 조금 변한 것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하고 잘 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들에 야단치는 것이나 강요하는 것(들어가서 공부해!, 컴퓨터 부셔 버린다. 등등 여느 엄마들이 쉽게 하는 그런 것들이요)은 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요.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뜨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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