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여자일기

[스크랩] [그 여자의 재혼일기8] 오줌이야기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32

“오줌 얘기좀 그만하세요.”

 

10년이 넘도록 여자와 단 둘이 살다가, 세 남자가 들어오니 문화적 충돌이 많았습니다.

 

남자들만 살았던 버릇들이 태연하게 나와 질색하게 만들기도 하고,

 1.5L 음료수가 둘이 있을 때는 일주일이 넘도록 남아돌다 버리기 일쑤였는데 2시간 만에 없어지고,

일년내내 먹고도 남는 20Kg 쌀은 1달이면 없어지고,

너무 오래 써서 물기가 말라 쩍쩍 갈라지던 비누는 너무 무섭게 닳아가고,

왜 그리 세탁기는 쉴 새 없이 돌아가야 하는지요.

 

결혼 전에는 이런저런 것들을 자주 교회 구역식구들과 나눠썼지만, 이제는 누가 준다면 다 챙겨오는 절 보고 “권사님 이상해 지셨어요?” 합니다.

그럼 이렇게 말하죠. “예전의 내가 아니라니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은 변기에 오줌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어찌나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했던지, 가까이 지내던 기자가 그러더군요.

‘오줌 얘기 좀 그만 하라’고. 아마 그 사람에게는 두 번 이상 한 모양입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잔소리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회를 사주면서 협상도 했습니다. 너무 스트레스가 된다고.

남편은 엄마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니. 앉아서 오줌을 누든가, 좌변기 뚜껑을 올리고 누자고 했습니다.

 큰아들은 약간은 자존심 상하고 짜증난다는 듯 ‘변기를 올리겠다’고 했고,

늘 아빠 말씀을 잘 듣는 막내는 앉아서 누겠다고 했지요.

 

그러나 아시겠지만, 어디 그것이 잘 지켜집니까? 여전히 변기에 오줌을 흘렸지요

 

그래서 전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오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것도 몹시 점잖은 고위직 공무원을 지내신 동창회 회장님께.

그러자 회장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우리 집사람도 나한테 그렇게 잔소리를 하더라고. 근데 영 고쳐지지가 않아. 남자들은 그게 그렇게 쉽지 않거든.”

 

세상에!? 저렇게 점잖으신 분도 그러신다고?

이것 역시 내가 포기해야 하는 품목 중의 하나네요.

 

그 다음부터 일을 보고 나서 변기를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변기에 오줌이 묻어 있으면 샤워기를 틀어서 그냥 닦아냅니다.

가끔은 남편에게 ‘뭐야, 이게’ 하기도 하지만, 짧게 마칩니다.

안된다는데 어쩝니까? 마냥 짜증내봤자 피차 피곤할 뿐이니까요.

오늘도 멀리서 샤워기로 변기의 오줌을 닦습니다.

 

사실 불평할 처지도 못됩니다.

화장실이 이렇게 깨끗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틈만 나면 락스로 '박박' 닦아대는  남편 덕이니까요.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뜨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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