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여자일기

[스크랩] [그 여자의 재혼일기6] 배 아프지 않고 아들 얻어서 좋겠다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31

결혼은 하나 같이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도, 한결같이 하는 얘기는 “배 아프지 않고 아들 얻어서 좋겠다” 였습니다.

 

결혼하기로 결정하고, 그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안양에 계시는 엄마에게 갔습니다. 온다는 말을 듣고 고모와 동생 가족들도 모두 와 있더군요.

엄마는 속이 상하시면서도 음식을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여동생이 “싫다더니 음식은 왜 준비해?”라고 하자

“나중에 서운하다고 우리 딸 구박하면 어떡하냐.”고 하시더랍니다.

 

그런 우리 엄마, 아들들을 보시더니 다소 기분이 풀리시는지 그이를 보고 “자네보다는 애들이 훨씬 낫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너 배아프지 않고 아들 얻어서 좋겠다.”하셨습니다.

그 말은 고모에게서도 똑같이 들었고, 후에 친구에게서도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 아들들이 키도 훤칠하고 좀 생겼습니다.^^

큰 아들은 약간 느끼하게 잘 생겼고(안경 끼면 범생이, 벗으면 눈빛이 묘하게 느끼합니다), 작은 아들은 모습이나 행동 모두가 아빠의 붕어빵입니다. 그래서 그이는 작은 아들을 편애합니다.

제가 보기엔 큰 아들이 더 잘 생겼습니다. 저랑 말도 더 잘 통하고요. 특히 아빠 흉볼 땐 큰아들하고 합니다. 무조건 제 편이니까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제게로 온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소스라치게 깨달은 적이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 유난히 파냄새를 좋아하는 남편이 싸다면서 대파 3단을 사가지고 들어와 둘이서 파를 까고 있었습니다.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 얼려 놓으면 오랜 동안 싱싱하게 사용할 수 있어 게으른 제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문득 몇 년전 딸과 둘이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난 것입니다.

전 아이들을 입양하고 싶었습니다만, 딸 하나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제가 아이들을 입양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어린 아이부터는 어렵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정도면 키울 수 있겠는데….’ 해서 딸이 웃었던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남편에게 “참, 말이 씨가 된다더니,” 하며 예전에 딸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하나님이 내 말을 들으시고, 아이들을 내게 맡긴 것 같다고요.

 

아마 이것은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베티 이디가 쓴 ‘그 빛에 감싸여’(김영사)란 책을 읽었을 때 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죽음준비 공부를 했는데, 그때 필독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책 내용은 죽음 후 천국을 방문하고 되살아난 경험을 쓴 책인데,

그 가운데 자신에게 입양된 아이에 관한 글이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아이가 태어날 때 부모를 정하는데, 저자가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자, 다른 부모를 통해 자신에게로 입양되어 왔다는 내용입니다.

전 이 아이들이 저의 아들이 되도록 정해졌다고 믿었습니다. 잠시 아픔을 겪고 결국은 내게로 왔다고 말입니다.

 

교회에서 큰아들과 단둘이 돌아올 때 차 안에서 이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너희들은 엄마의 아들이 되기로 결정되었기에 만나게 된 것일 거라고.

며칠 후, 어버이날 큰 아들의 편지에 이렇게 씌어져 있었습니다.

“엄마의 그 말이 정말 그럴 듯했어요. 정말 그럴 거라고 믿어요. 엄마, 사랑해요.”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뜨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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