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쯤 되던 해인가? 일본에서 버림받은 여성들을 위해 사역하던 여 선교사님이 한국에 잠시 돌아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하여 병원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소중한 사랑의 실행에 대해 격려하고 기도를 하고 헤어졌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잠깐 보고가고 싶다고 하셔서 당시 조흥은행 휴게실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선교사님은 제게 신학공부를 권유하기 위해 왔다고 하셨습니다. 뜻밖의 말씀에 기도해 보겠다고 의례적인 말로 대응했는데, 헤어지기 전 기도하자고 하시더군요. 은행 휴게실에서 기도하는 것이 다소 어색했지만,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선교사님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남편을 주시옵소서. 그런데 이 나이에 남편을 가르치며 살 수 있겠습니까? 학력도, 재산도 모든 걸 갖춘 남편을 주시어 하나님의 사역을 하면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
어찌나 당황이 되던지, 이 기도에 ‘아멘’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아멘’을 하고 눈을 떴는데, 당황하기는 선교사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학공부를 위해 기도했는데, 남편을 달라는 기도가 나오다니요.
선교사님은 ‘나도 이런 기도를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처음에는 재밌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하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잊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6년이 흘러 내게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기도의 내용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학력도, 재산도, 지위도 아무 것도 갖춘 것이 없었습니다. 장대 같은 아들 2명에 가난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자꾸 결혼을 하자고 합니다.
어느 새벽에 불현듯 잠에서 깨었습니다. 거실 창밖을 바라보니, 도시의 불빛이 별빛처럼 아득히 보입니다.
저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나님, 제 주변에 의사도 많고, 교수도 많습니다. 다 바라지는 않지만, 좀 남편으로서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것 한 가지는 그래도 있어야 하잖아요. 예전에 선교사님이 ‘모든 걸 갖춘 남자’를 보내달라고 기도했는데, 그는 갖춘 게 하나도 없잖습니까?”
그때, 제 마음 속에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만 후에 그가 널 돌보게 될 거야.”
그러면서, 이런 깨달음이 오는 것입니다.
딸이 대학을 졸업하면 재산을 정리해서 너를 모르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바쳐 사랑을 베풀겠다며? 그런데 지금 당장 너의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뿌리치겠다고? 과연 지금의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그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저는 그와 결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세 남자의 관리비를 주셔야 돼요.”
결혼한 지 1년쯤 지났을 때, 운전을 하면서 극동방송을 듣고 있는데, 진행자가 이런 편지내용을 읽었습니다.
“남편이 믿지 않으니 신앙생활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남편이 속히 믿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전 그때 ‘모든 걸 갖춘 남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응답받았음을 알았습니다. ‘모든 걸 갖춘 남자’란 전심으로 하나님을 찾는 사람이라는 걸요.
당시 그 사람의 ‘빽’은 오직 하나님뿐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모든 것을 가진 분이 자신의 아버지였으니, 오직 기도할 뿐이었지요.
전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 사람이 빡시게 기도해서 저 얻었잖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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