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노원병으로 모이자
- 김지선-노회찬의 절망과 희망의 싸움에 부침
- 조호진 시인
친구의 등짝에 칼을 꽂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다.
쓰러진 친구를 밟고 가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다.
슬픔의 친구를 두고 웃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다.
황망한 나의 친구들아 봄이 왔다
지난겨울 부정한 싸움판에서의 실없는 패배로
돌아눕고, 취해 휘청거리고, 가슴 뚫린 친구들아
애매모호한 가짜 희망과는 이제 그만 결별하자.
그는 우리들의 친구도, 연대도, 희망도 아니었다.
우리는 그를 그리워했으나 그는 우리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2013, 춘삼월이 왔어도 시대는 여전히 불의하고
삶의 길은 힘겨운데 저 사막을 어떻게 건너야 하나
정권은 출발부터 오만하고 민심은 황사처럼 흉흉하다.
가짜 봄과 가짜 희망에 속아 더 분노가 치미는 친구들아
우리가 보듬을 것이 절망이라면 차라리 정직하게 절망하자.
이대로 추위에 떨면 죽는다는 현실을 직면해야 차라리 산다.
친구들아 나의 친구들아 그 절망을 안고서
절망의 산과 강을 건너 노원병으로 모이자.
이제 노원병은 마들의 한쪽 지역구가 아니다.
노원병은 용감하고 친절했던 노회찬의 정의로운 동네다.
환한 웃음의 좋은 친구 노회찬은 사사로운 친구가 아니다.
그는 이때껏 가난한 이웃과 억울한 이들의 친구로 살았다.
그는 이때껏 권력과 재벌의 횡포와 당당하게 싸웠던 승부사였다.
그는 다윗처럼 예리하고 정확한 돌팔매로 삼성의 음모를 파열시켰다.
그래서 노회찬은 우리 모두가 잠든 사이에 삼성의 하수인에게 제거됐다.
친구들아, 싸움이 끝났다고 믿거든 모이지 말자.
이대로 흩어져서 징징대던지 정치를 혐오하며 살던지….
그게 아니라 대판 벌여야 할 싸움이란 믿음이 있거든
부산 대구에 살던지, 광주 전주에 살든지
대전 청주에 살던지, 춘천 강릉에 살던지
강남 강북에 살던지, 수원 남양주에 살던지
노원병에 모여 들어서 황산벌보다 더 아름답게 싸우자
모여도 그냥 모이지 말고, 아예 노회찬 김지선이 되어버리자.
절망이면 절망의 맨살 그대로 모여서 절망의 뚝심을 보여주자.
그래서 우리를 가로 막는 거짓 희망과 비열한 정치를 궤멸시켜버리자.
절망한 우리를 구경하며 비웃는 삼성의 끄나풀들의 목줄을 죄어버리자.
그래서 우리들이 아예 희망의 전령사가 되어서 봄의 노래를 불러버리자.
정치는 강 건너에서 번지는 남의 불이 아니다.
정치는 1%의 학벌과 권력과 자본의 소유물이 아니다.
정치는 권모술수와 인기몰이와 애매한 자의 것이 아니다.
정치는 노동자이고, 아내이고, 어머니인 김지선의 것이다.
노동의 땀을 외면한 자들이 우리들의 희망을 갉아 먹었다.
아내의 헌신을 모르는 자들이 우리들의 노래를 막아 버렸다.
어머니의 사랑을 짓밟은 자들이 우리들의 사랑을 조롱하고 있다.
그러므로 김지선은 우리들의 희망과 노래와 사랑이 되어야 한다.
노원병은 보궐선거 지역이 아니다.
노원병은 가짜 희망의 노른자위가 아니다.
노원병은 친구를 찌른 자의 디딤돌이 아니다.
노원병은 절망한 우리를 일으키는 연대전선이다.
노원병은 순정의 사랑을 일으키는 연애장소로다.
그러므로, 탐욕이 아닌 헌신의 여인 김지선으로 모이자.
그러므로, 배신이 아닌 순정의 여인 김지선으로 이기자.
이제 김지선은 노회찬만의 연인이 아니라 우리의 연인이다.
억울한 우리들에겐 사랑밖에 없으니 사랑의 패거리로 몰려다니자.
우리의 사랑이 양심도 정의도 죽어버린 이 시대를 살릴 묘약이니
우리가 노원병의 도화선이 되어서 질 수 없는 승리의 깃발을 꽂자.
그러므로 노회찬의 연인 김지선은 우리 모두의 연인이며 희망이다.
[조호진 시인] 1960년 서울 영등포 출생. 1989년 <노동해방문학> 창간호 통해 등단. 노동자 시동인 '일과 시' 동인, 작가회의 회원. <오마이뉴스> 사회부 기자로 근무하다 2007년 퇴직하고 현재 가리봉에서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으로 <우리는 식구다>(갈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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