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상담

손운산 교수의 애도의 과정

침묵보다묵상 2015. 6. 21. 12:39

부모, 아내, 자식

애인, 친구, 동료 등을

상실하면 자아는 흔들리고

가치관에 혼돈이 생기고 영성에 손상을 입는다.

상실을 겪으면 애도의 과정을 거쳐야 회복된다.

울고,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외로워하고, 그리워하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무기력감에 빠지고, 때론 신체적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면서 무너진 자아가 조금씩 구축되고,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영성이 새롭게 빛을 발한다. 애도는 상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애도하지 않으면 사실이 주는 상처에 매이게 될 뿐만 아니라 평생 우울할 수 있다.

 

애도는 상실의 상처에서 벗어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아를 새롭게 구성해주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도 만들어 준다.

애도하면 감추어진 긍정적-내적 능력도 되살아나고 영적 새로움도 생겨난다.

애도 이후의 자아는 애도 이전의 자아와 다르다. 애도 이후의 자아는 새롭게 구성된 통합적 자아다.

애도하면서 상처만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자아 전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시인은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다스리면서

사람들이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신의 상실에 대해 애도하면서 이웃의 상실에 대해 애도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어야 한다.

진정한 시인은 아픔과 슬픔 가운데 있는 이웃들을 위로하는 사람이다.

슬픔과 아픔을 위한 시인은 아픈 이웃의 곁에 그냥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시인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애도하는 것이다.

뺏고 빼앗기는 삶에 대해 아파하고 슬퍼해야 한다.

외로움과 슬픔을 외면한 채 자기만 기뻐하는 삶을 애통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지 않고 서로를 비난하는 삶에 대해 통곡해야 한다.

 

우리 삶의 문제는 엄청난 상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도가 없으면 치유가 일어나지 않고, 새로움이 탄생되지 않는다.

애도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애도가 없기 때문에 상실의 상처에 매여 산다.

상실은 있으나 애도가 없기에 과거에 매이고 진정한 새로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서에는 상실과 애도의 이야기가 많다.

아담과 이브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상실했고, 가인은 이웃을 상실했다.

아브라함은 사랑하는 부모와 정든 고향을 상실했으며, 야곱과 요셉도

부모와 고향을 상실한 채로 살아간 사람들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나라를

상실한 채로 종살이를 했다. 롯과 나오미의 이야기는 사랑했던 사람들을 상실한

사람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다. 예언자 시대에는 정의가 상실되었고, 묵시문학 시대에는

모든 희망이 상실되었다. 시편에는 개인과 국가와 종교의 상실에 대한 탄식이 많이 있다.

십자가는 예수님을 따르면 사람들에게 가장 큰 상실의 표징이었다. 그들은 믿고 따르던

예수님을 잃었고, 그에게 걸었던 희망도 사라졌다.

 

성서의 인물들은 상실의 아픔과 슬픔을 지닌 채로 살아갔다.

그들은 상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애도의 과정을 겪으면서

상실의 아픔을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상실을 경험한 족장들이 광야를 헤매면서 애도했을 때 야훼 종교의 조상이 되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신음할 때 그 소리를 들으신 하나님이 그들을 구원하셨다.

롯과 나오미의 애도는 흐믓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조상을 낳았다.

예언자들의 애도는 타락한 야훼 종교를 갱신시켰고, 묵시문학자들은 탄식하면서 하나님의 통치를

기다릴 수 있었다. 예수님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예수님의 부재에 대하여 애도하면서 초대교회를 세웠다.

베드로는 애도를 통해 예수님의 진정한 제자로 거듭났다. 루터와 개혁자들의 탄식과 애도는 개신교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애도는 새로운 영적 운동을 일으키고 신앙을 갱신하게 한다.

 

한국 교회는 공동으로 애도해야 한다.

갱신을 부르짖기 전에 애도해야 한다.

부흥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에 먼저 애도해야 한다.

교회가 상실한 것에 대하여 깊이 성찰하고 아파하고 슬퍼해야 한다.

부흥과 성장, 성공과 축복의 노래를 부르는 대신 애가를 불러야 한다.

한국 교회가 일 년에 한 달을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예배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애도한다면 한국 교회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한 달 동안 교인들이 개인,

가족, 교회, 나라를 생각하면서 애도하고 기도하면 한국 교회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시인은 한 달 동안 침묵, 묵상, 기도, 참회, 용서, 은총의 사모,

슬퍼함의 기간을 갖는다면 자신의 상처가 치유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성과 작품이 발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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