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년원의 슬픈 예수
오늘(19일) 오후 예배는
서울소년원에서 드렸습니다.
굳게 닫힌 몇 개의
철문을 통과하여 도착한 예배당에선
밤송이머리를 한 70여명의 소년원생들이
손뼉을 치며 복음성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예배당 앞에 앉고 선 10여명의
소년대원들이 찬양을 인도했는데
교회 찬양대원과 달리 조폭 행동 대원처럼 생긴
거구의 한 소년이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다리를 삐딱하게 세우고,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잡고서
찬양하는데 그 포즈가 우스꽝스러워 슬그머니 웃었습니다.
오후 예배가 시작되자
한 소년이 독창을 했습니다.
아무도 예배하지 않는 그곳에서 주를 예배하리라
아무도 찬양하지 않는 그곳에서 주를 찬양하리라
누구도 헌신하지 않는 그곳에서 주께 헌신하리라
누구도 증거하지 않는 그곳에서 주를 증거하리라
아무도 예배하지 않는 그곳에서 주를 예배하리라
아무도 찬양하지 않는 그곳에서 나 주를 찬양하리라
내가 밟는 모든 땅 주를 예배하게 하소서
주의 보혈로 덮어지게 하소서
내가 선 이곳 주의 거룩한 곳 되게 하소서
주의 향기로 물들이소서
소년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차분한 목소리로 찬양을 불렀습니다.
외로운 이들의 헌신을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은
소년범의 소박한 찬양을 기쁘게 받으셨을 것입니다.
최고의 성악가가 부른들
이런 은혜를 받았을까요?
머리 둘 곳조차 없는 외로운 인자께서는
최고의 프로페셔널이 부르는 노래보다는
면회조차 올 부모도 없어서 더 외로운 소년범의 노래를 좋아하실 겁니다.
세상에 버려진 채 분노와 증오로 살아온 소년범의 노래가 되어주실 겁니다.
그러므로 주님은 높은 담장과 철문 안에 갇혀 있는 소년범들과 함께 찬양하며
문신 새겨진 소년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귀 기울며 안아주고 위로하길 원하십니다.
소년들이 문신을 하고, 칼로 긋고, 담뱃불로 지지는 것은
세상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무서워서 그리한 것입니다.
세상에서 오갈 곳이 없어 방황하며 난장 꿀리고, 절도하고, 삥을 뜯는 것은
잠을 재워주지 않기에, 밥을 주지 않기에, 차비를 주지 않기에 그런 것입니다.
날 때부터 소년범은 아니었습니다.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손잡아주지 않았기에
배를 채우려면 훔치라 하고, 쫓겨나지 않으려면 칼 들라고 세상이 가르친 것입니다.
온 몸에 흉측한 문신을 새긴 소년들!
험악한 인상에다 어깨 세우는 소년들!
세상 어두운 곳에서 만났다면 두려웠을 소년들!
하지만, 이들은 앳되고 부끄러움 타는 소년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예수님은 소년범의 우두머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예수님은 소년범의 눈물이고 슬픔입니다.
그래서 소년범이 이송 가면 호송차를 함께 타고 가며 차창 밖을 봅니다.
소년범에게도 꿈이 있을까요?
소년범에게도 희망이 있을까요?
춘천 또는 대구로 이송 갈 예정인
9호 처분 받은 스무 살 우남이의 꿈은
여자 친구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세상 누구의 말도 듣지 않던 거친 소년범이지만
여친의 말을 듣기 위해 돈 벌면 문신부터 지울 계획입니다.
어떻게 이런 얼굴이 소년원에 있는 거지?
사실, 부모와 세상에 버림받고 악악대며 살다보면
세상 시궁창을 뒹굴며 생존의 칼을 벼리며 살다보면
몸에만 흉터가 생기는 게 아니라 얼굴도 험상궂어집니다.
그런데, 스물한 살 철민이는 곱상한 얼굴을 한 어린양입니다.
소년원 208호 철민이의 꿈은 호주에 가서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동차와 용접기술을 익히며 토플 공부를 합니다.
예배를 마친 후에 분반공부를 했습니다.
간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년들에게 예배당에 오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여기에 오면 세상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좋고, 재밌고, 간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소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은 소년들의 죄와 처벌에 대해서만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예수님은 소년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잘 들어줍니다.
들어줄 뿐 아니라 소년의 눈빛을 보면서 슬퍼하면서 함께 울어줍니다.
예수가 소년범의 편인 것을 알았다면 소년들은 조폭 행동대원 보다는
주님의 행동대원이 되어 문신이 아닌 소망의 십자가를 품고 살았을 텐데
세상 교회들은 소년들이 찾아올까봐 문 걸어 잠그고 담을 높이 쌓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손발이 꽁꽁 묶인 우리들의 힘 없는 예수님은 그래서
소년들 몰래 눈물 흘리고, 한숨지으시면서 소년원의 외로운 밤을 지켜줍니다.
우리들의 외롭고 지친 예수님이
소년들과 함께 잠든 슬픈 예수님이
소년범의 친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소년들의 눈물과 아픔을 씻어달라고 호소합니다.
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인도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우리들의 슬픈 주님처럼
소년범의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소년범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행동대원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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