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이?(좋은생각 1월호)
2년 전부터 진돗개 루크를 키웠는데 얼마 전, 길에서 울고 있던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구조해 행운이라는 이름을 붙여 줫다. 루크는 행운이 엄마인 것처럼 굴었다. 행운이를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부드럽게 핥아주며,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면 몸으로 가로막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감탄하면서 루크를 대견하게 여겼다.
그런데 행운이가 자라자 문제가 생겼다. 간식을 줄 때마다 루크가 행운이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둘에게 동시에 간식을 주려고 하면 루크는 행운이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 듯 위협하면서 으르렁댔다. 그때마다 행운이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질러 댔고 오줌까지 지렸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간식을 줄 때면 행운이는 멀찌감치 도망가 간식 먹는 루크를 우울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간식을 주는 나도 스트레스 받았다.
사람들은 개의 조상이 서열 동물인 늑대라서 먹이를 사이좋게 나눠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굳게 믿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던 어느 날, 반려견 훈련사를 초빙했다. 그분에게 간식 주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분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시범까지 보여주었다. 나는 루크와 행운이가 얌전히 앉아 훈련사에게 간식을 받아먹는 광경을 보면서 두 분을 의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반려견 훈련사의 조언은 이랬다. 먹는 것만 봐도 흥분하는 루크와 행운이에게 간식을 주는 일은 경쟁을 의미했다. 생존 본능이 강한 진돗개 루크는 간식을 먹지 못할까 불안해서 행운이를 공격했던 것이다. 따라서 개가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둘 다 먹을 수 있다는 걸 안심시킨 뒤 간식을 줘야 했다. 루크는 생존 불안을 느끼면서 행운이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 불안이 줄어들면 행운이와 사이좋게 간식을 나눠 먹었다. 루크의 탐욕은 능동적인 탐욕이 아닌 불안 때문에 생긴 수동적인 탐욕이었던 것이다.
우리 역시 불안한 사회 기류에 휩쓸려 타인을 경쟁 상대로만 본 것은 아닐까? 요즘 루크와 행운이는 나란히 앉아서 간식을 먹는다. 김태형(심리학자) http://blog.naver.com/psyt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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