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는
가난한 아비로 그냥
사는 것이 괜찮다가도
정 쪼들리면 쫌 불편하다.
순천 칠순 어머니와
안양 팔순 장모님의
용돈과 선물은 물론이고
전신마비 환자가 된 동생의
병원비 도움도 아내 몫이다.
아내는 묵묵히 신음할 뿐이다.
하나님은 가난한 나를 위해
아내를 특별한 선물로 주셨다.
큰아들이 아프리카에 간 것도
신학생인 딸이 나를 봐주는 것도
아비와 다툰 작은아들과의 화해도
아내 덕분이어서 나는 조금 순해졌다.
오월은 푸르른 달인데
푸르른 돈이 없는 나는
가장을 무상 양도한 게 미안해
빨래 개고 설거지하고 청소한다.
아내는 못 벌어도 괜찮으니 제발
더 아프지 말라는 임무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