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희망시편

나의 몫

침묵보다묵상 2013. 5. 3. 10:38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는

가난한 아비로 그냥

사는 것이 괜찮다가도

정 쪼들리면 쫌 불편하다.

 

순천 칠순 어머니와

안양 팔순 장모님의

용돈과 선물은 물론이고

전신마비 환자가 된 동생의

병원비 도움도 아내 몫이다.

아내는 묵묵히 신음할 뿐이다.

 

하나님은 가난한 나를 위해

아내를 특별한 선물로 주셨다.

큰아들이 아프리카에 간 것도

신학생인 딸이 나를 봐주는 것도

아비와 다툰 작은아들과의 화해도

아내 덕분이어서 나는 조금 순해졌다.

 

오월은 푸르른 달인데
푸르른 돈이 없는 나는
가장을 무상 양도한 게 미안해
빨래 개고 설거지하고 청소한다.
아내는 못 벌어도 괜찮으니 제발
더 아프지 말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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