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노동시편

깨진 것들을 위하여

침묵보다묵상 2011. 8. 10. 16:24

깨진 것들을 위하여

 

 

 

 

 

앞선 것들이 앞선 척하다

제몫 챙겨서 꽁무니 뺄 때

더 처지고 밀릴 자리조차 없어

세상천지 굽이굽이 부딪치면서

머리 깨지고 나락으로 처박혀서

가슴 치다 울멍울멍 했다만

깨진 이대로 끝내지는 말자

무릎 꿇린 채로 터지면서도

끝내 불지 않은 그리움들아

한 번도 앞서지 못한 것들아

목숨은 으스러져서야 빛나나니

만신창이 희망들아 세례를 주노라

죄라면 깨진 죄밖에 없는 것들아

그대들 죄 없는 죄조차 사하노니

깨진 땅에 씨 뿌리고 꽃을 피워라

깨지고 상한 것들아 빛을 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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