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얻어 먹기 위해선 더욱 처량한 표정을 지어야 했습니다.
연탄 한 장을 얻기 위해선 추워서 몸살 난 듯 떨어야 했습니다.
공짜 버스를 타기 위해선 차장 누나에게 불쌍해 보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학교에선, 담임에겐 통하지 않았습니다.
육성회비는 줄줄이 밀렸고, 담임은 독촉하는 일이 지겨웠는지 독한 눈빛을 떴습니다.
노점삼 아버지가 아프다고, 아무리 불쌍한 표정으로, 구구절절 구차하게 설명했지만
담임 선생님은 나를 비롯해 4~5명의 아이들을 거렁뱅이 깡통 차듯이 복도로 내쫓았습니다.
"야, 이놈들아 그런 변명들 이젠 듣기도 지겹다.
정 그러면 부모를 데리고 오던지... 육성회비도 안 낸 놈들이 무슨 공부야 공분!
다들 복도에 나가서 무릎 꿇고 손들 들고 있어! 니놈들 때문에 우리 반이 꼴찌야!"
수업 도중에 쫓겨나지 않기 위해
집안 사정을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복도에 쫓겨난 다음에도 육성회비를 못내긴 마찬가지였지요.
그럼 어떻게 됐을까요? 그 다음엔 복도가 아닌 학교 밖으로 쫓겨났지요.
가난한 사람들은 아픈 경험들을 통해 인생살이의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밥을 얻어 먹긴 먹었지만 끝내 수치를 당하고 돌아선 사람은 마음에 칼을 품습니다.
너무 추워서 연탄 한장을 가져갔다가 주인에게 도둑놈으로 몰린 사람은 마음에 분노를 품습니다.
불쌍한 표정을 짓지 않았는데도 버스를 거저 태워준 차장 누나를 만난 사람은 훈훈한 마음을 품습니다.
집에 가야 먹을 것도 없는 사정을 알았는지 교실 청소를 일부러 시킨 뒤에 옥수수 배급 빵을 준 그 여선생님!
어머니 없는 아이에게 엄마 같은 품으로 안아준 그 선생님으로 인해 내쫓은 선생님을 용서하는 마음을 품습니다!
오늘 새벽예배 - 피난민 두 아버지 이야기
2011. 8. 03(수) 오늘 새벽예배에서 이동현 담임목사님은 가난과 삶의 방향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학자로, 언론인으로, 북한전문가로 살아온 이 목사님은 가문 좋은 집안을 배경으로 가진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들려준 목사님의 집안은 저와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가문은커녕 도시빈민이었습니다.
저의 아버님도 목사님의 아버님도 이북에서 피난내려온 38따라지입니다. 목사님도 저도 만두와 냉면을 좋아합니다.
목사님 아버님의 사업실패로 집안이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아버님을 비롯한 아들삼형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무능한 아버지 혹은 무기력한 아버지를 둔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그 무능과 무기력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삶의 기반을 이북에 두고온 38따라지 피난민들은 비빌 언덕이 없는
쌀 한 됫박 얻을 일가친척조차 전혀 없는 처지가 또한 많았습니다.
저의 아버님은 이북에 두고온 늙은 오마니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노점단속반에 쫓기다 막걸리에 취해 돌아온 날은 오마니를 목메 부르다
저희 삼형제를 부둥켜 안고 울기도 하고, 세상사는 게 도저히 힘겨운 날엔
오목교 뚝방을 허청허청 걸어가며 이북 고향 가겠다며 보름달을 쫓았습니다.
목사님 아버님의 사업실패 후유증은 한 두달도 아니고, 일 이년도 아니고, 십년 세월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별 수 있겠습니까. 굶어 죽지 않으려면 동사무소에서 배급 밀가루를 타다가 수제비라도 끓여 먹어야지요.
그렇게 빈궁한 세월을 보내신 목사님 아버님(장로님이셨음)은 저의 아버님과 비슷한 점이 참 않았습니다.
38따라지 피난민 신세, 아들삼형제, 가난뱅이, 평양사람...! 그런데 딱 한 가지 틀린 게 있었는데 그것은 '예수쟁이!
저희 아버님은 가난에 찌든 삶이,
노점 단속반에 쫓기는 고달픈 인생이,
망향의 설움과 아픔이 엄습해오면 술을 드시며 슬피 우셨고!
목사님 아버님은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으로
망향의 설움마저 엄습해오면 골방에서 금식기도하고, 찬양하고!
목사님 아버님은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보낸 뒤, 서울의 한 여자중학교 매점에서 일했다고 했습니다.
육십 중반의 나이임에도 주인이 아니라 점원으로 일하셨다고 했습니다. 점원의 처지니 참 힘드셨을 겁니다.
십년 세월을 금식기도를 붙잡았지만 밥벌이로 나선 길이 겨우 점원의 생활이었으니 하나님을 원망할만 했건만!
하지만 하나님은 오래 참고 기다린 이들을 축복하신다는 것, 하나님이 주실 때는 '한 순간'에 쏟아부어 주신다는 것!
건강 악화로 매점운영이 어려워진 주인은 인수자금이 전혀 없는 목사님 아버님에게 분할 상환 조건으로 매점을 넘겼다는 것! 돈은 돌아서 돈이라고 하는데, 하나님에게 돈은 여호와를 경외하며 오래 기다린 이들에게 한꺼번에 부어주시는 선물이라는 것! 매점 운영 1년 만에 인수자금을 모두 상환하고, 돈 세는 게 바쁠 정도로 장사가 잘 되면서 곤궁한 세월에서 벗어났다고 했습니다.
이동현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을 정리하셨습니다.
"하나님을 떠나지 않으면 살길이 열립니다.
금식하고 기도드리며 하나님께 구하는 길이
미련한 자의 길인 것 같지만 그것은 승리하는 길입니다.
하나님의 계명을 끝까지 지키면 여호와께서는 우리 인생을 형통케 하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앞에서는 믿음으로 겸손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 앞에서는 믿음으로 당당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눈 뜬 소경인 성도는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를 올립니다.
"내 마음에 산당들을 깨뜨리겠습니다.
내 영혼의 목상들을 제거하겠습니다.
내 삶의 놋뱀들을 부수도록하겠습니다.
여호와를 결코 떠나지 않겠으며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정직하겠으며
잠시 살 길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길을 걷겠습니다.
그럼에도 여호와를 잘 섬겼던 히스기야 왕도
믿음으로 당당했던 유다 왕국의 왕이었음에도
앗수르의 침공이 두렵고 결국 믿음이 흔들리면서
여호와께 바친 금과 은을 떼어내 앗수르에게 바친 것처럼
나의 하나님 나의 여호와여!
인생이 두려울 때 하나님을 배역했던 일이
한 두가지 아니었던 경험을 그대로 아시오니
날마다 새벽예배로 영혼을 깨워 말씀으로 새겨주셔서
때마다 묵상기도로 영육을 깨워 믿음으로 세워주셔서
절룩발이 믿음으로 넘어져 우는 자가 되지 않도록 성령님 도우소서!
세상이 위협할 때 구차한 자로 떨지 말고 골방 기도로 이기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