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밥줄이다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최영미 시인의 ‘지하철역에서 1’
60대 맹인 노인이 탔다.
출입문 턱에 걸려 넘어질 번했다.
진짜 맹인임이 틀림없다.
지팡이도 찬송가도 진짜다.
60대 후반 가량의 노인이 탔다.
마대자루 들고 탔지만 다른 노인이
무가지 훑어가는 바람에 허탕 쳤다.
아현동 고가다리 건너편 중림동 할머니는
아들은 병들어 죽고 며느리마저 가출한 뒤
죽기 살기로 신문수거 해서 두 손자 키운다.
인생 거꾸러진 *가이바이들은 청산유수로
반창고도 팔고, 세면기 뚫어도 팔고, CD도 팔고
천자문과 눈물도 팔아서 인생역전을 사고 싶다.
지하철이 달린다, 맹인의 밥줄이 되어
지하철이 달린다, 노인의 밥줄이 되어
지하철이 달린다, 가이바이 인생을 싣고
지하철이 멈췄다, 밥줄 끊긴 목숨이 철로에 뛰어들었다.
*기차, 버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로 ‘배고픈 상인’이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