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노동시편

늙은 양복쟁이 김씨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31

늙은 양복쟁이 김씨

 

   

힘 못 쓴다 박대하는 젊은 놈들 눈총 맵차더라.

간밤에 무엇했기에 빌빌 싸냐는 반장 타박이 야박하더라.

사모래 시멘트와 자갈 엉키는 땡볕 불볕 공구리 판

쓸리는 파도에 밀려난 모래알 같은 늙은 김씨

반장 눈길 피해 야적장 자갈밭에 쭈그려 앉아

담배 한 대 물고는 신세타령 늘어놓는다.

재단자로 머리통 맞으며 배운 양복기술이

얀정 없는 기성복에 밀려 버림받을 줄이야

날 밤 세워 재봉틀 밟으며 맞춘 양복 펼치면

인생 수 백 수 천리 길 에워쌀 거라고 추억한들

막 노동의 하루가 무겁지 않을 리 있겠는가.

양복점 간판 내리고 나선 막 노동 길

자식 놈 대학공부에 털리고 집세에 털리고

얼큰한 대포 한잔마실 여유도 없다더니

빈 삽으로 저무는 생애가 서러운지

우북한 자운영 더미 속에 잠들고 싶은 걸까

횐 머리 검은 머리 어둠에 묻히도록

꺾인 허리 불쑥 세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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