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락눈은 겨울비로 변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가 마음을 적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이 끝내 처연해지지 않는 것은 주님의 위로와 찬송가 덕분이었습니다. 모처럼 나를 돌아보고 살림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찬송가를 들으면서 어수선한 집안을 정리했습니다. 아이들을 헬스클럽에 보낸 뒤에 냉장고를 청소하고 설거지를 했습니다. 진공청소기로 쌓인 먼지를 빨아들이고 방바닥을 걸레로 훔쳤습니다. 그리고는 쌀을 안치고 밑반찬을 만들었습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생각의 실타래를 천천히 풀었다가 실패에 감았습니다.
당신과 만난 이후의 시간은 불같은 나날이었습니다. 당신의 손과 품은 참 따뜻했고 참 달콤했습니다. 외로웠으므로 불같은 사랑은 활활 타올랐고 불길에 휩싸인 저는 그 뜨거움에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얼마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보입니다. 당신의 생각도 읽었습니다. 내가 무례했나? 부담을 몹시 주었나?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었는데 그렇게 비추어졌구나! 라는 생각에 조금은 경직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다시금 나를 점검합니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내가 의지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주님이여야 한다는 것, 그래야 끝내 실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당신에게 부담을 주었다면, 무엇인가 떠맡기려고 했다면 사과드립니다.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물질의 부족함은 어쩔 수 없기에 그 부분의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당신에게 깊이 취해 제대로 기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랑만이 모든 것을 온전하게 하리라는 것은 여전히 믿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눈을 멀게 해서 주님을 소홀히 하게 만드는 요소도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신뢰의 바탕에서 더욱 깊고 튼실하게 해달라고, 저 같이 부족한 자를 사랑해주는 당신을 축복해달라고 기도하겠습니다.
당신의 글을 읽으면서 당신의 지혜를 생각합니다. 문제를 가리고 가다가 넘어지는 것보다 문제를 드러내 놓고 해결하는 당신의 방식에 대해서도 깊이 동의합니다. 문제를 드러냄으로 인해 마음의 섭섭함이 없을 수는 없지만 자신의 마음 상태를 상대가 알도록 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해결 방식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했습니다.
지금 제 손가락에는 약혼반지가 끼어져 있습니다.
[2006-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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