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Ⅰ 슬픈 크리스마스에서 기쁜 크리스마스로
기쁜 날이 되면 오히려 마음이 쓸쓸해지곤 했습니다. 명절 또는 크리스마스가 그러한 날입니다. 이러한 날이 되면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혼자 있을 때야 그랬고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래서는 안 되기 때문에 명동 인파속으로 섞였지만 마음의 허전함을 어쩌지는 못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성냥팔이 소녀'가 떠올랐습니다. 그 소녀 곁에서 같이 성냥을 켜고 또 꺼지는 성냥불 때문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성냥은 다 떨어지고 환상의 불빛에 잠겨 얼어 잠든 소녀…. 그 소녀 같은 사람들 생각에 눈물 나기도 했습니다.
슬픈 크리스마스, 쓸쓸한 크리스마스는 끝났습니다. 이러한 날, 교회에서나 혹은 모임에서 웃음 짓다가 혹은 취했다가 홀로 혹은, 아이들과 함께 귀가한 뒤에 마음 구석의 쓸쓸함을 꺼내 베고 잠들곤 했었는데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저는 기쁜 크리스마스를 맞았습니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롤도, 불 밝힌 교회의 장식물도, 인파로 넘치는 거리도 이젠 슬프지 않습니다.
교회 행사와 방송 출연으로 당신은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당신이 없어도 잠시 없기 때문에(당신이 없다는 표현조차 하기 싫습니다) 저도 아이들도 불안해하거나 허전해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냈고 당신도 편안하게 방송을 다녀오는 것 같았습니다.
다섯 식구가 모여 앉은 그날 밤. 케이크와 다섯 개의 촛불, 그리고 꽃과 포도주와 기도…. 조촐한 자리였지만 당신으로 인해 모두의 얼굴에는 행복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어둠은 어둡지 않았고 추위는 우리를 웅크리게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우리 다섯 식구의 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슬프고 외롭던 크리스마스는 이제 끝나고 기쁨과 축복의 크리스마스가 시작된 것입니다.
Ⅱ 소박한 것에 행복해 하는 당신
김포 가는 길. 아이들과 끝말 이어가기를 하면서 행복해하는 당신. 안산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보고 서울오던 길. 승아와 현진이가 영어단어 이어가기 놀이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뻐하던 당신. 공연을 보면서 어린아이처럼 신나 박수치던 당신. 그 곁에서 졸다가 깼다가 하는 저를 깨우면서도 싫은 내색하지 않던 당신.
당신은 그러한 사람이었습니다. 피곤에 지쳐 몸살 난 상태인데도 교회 행사와 방송 출연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공연 보여주기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책임감으로 훈련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당신 아, 당신을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게 됐습니다.
당신이 서 있는 곳은 늘 햇살이 빛나는 곳입니다. 긍정적이고 활발한 당신,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저를 힘이 나게 합니다. 당신의 넘치는 에너지를 제가 적절히 받아 나누면 우리는 참 조화롭고 아름다운 부부가 될 것입니다. 저는 당신을 섬기며 살겠습니다. 당신은 저를 위해 조금만 수고해 주세요. 저와 아이들은 수고한 당신을 기쁘게 할 것입니다.
아파트 문제, 신장 기증 문제, 교회 문제, 학교 문제 등등
지난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당신의 명쾌한 결정은 저를 편안하게 합니다. 당신의 유쾌한 말은 저를 즐겁게 합니다. 당신의 귀여운 표정에 저는 웃음을 짓습니다. 그립다고 하면 달려와 웃어주고 함께 음식을 나누어주는 나의 애인 당신의 모든 말과 행동은 저의 혈관과 세포와 피부를 건강하게 합니다.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당신은 무슨 일에든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그렇게 할 상황이 아니면 소박하고 욕심 없는 모습으로 전환하는 것을 봤습니다. 당신이 어떤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체념이 아니라 명료한 상황인식을 통해 결정짓는 것이었습니다. 옳았든 옳지 않던 간에 결론 난 이상, 그 문제에 집착하지 않는 당신의 모습을 저는 존경합니다. 그러한 당신의 모습을 더욱 사랑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열심인 당신을 배우겠습니다.
[200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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