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사랑편지

[스크랩] [그대에게 부친 연서(戀書) 23]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48

철도 건널목에서

 

그리운 사람 그리워

밤길을 달립니다.

그대 잠들면 어쩌나 조바심나면

철도 건널목에 차단기 내려지고

기적소리도 없이 기차가 한참 지나갑니다.

손가락 꼽으며 열차를 세어보고

차창 밖 술꾼들의 수상한 걸음도 곁눈질하지만

게으른 기차는 느리게 아주 느리게 지나고

그리운 사람의 얼굴은 더 그리워집니다.

 

광화문에서 당신의 충정로까지 거리는 멀지 않지만 마음은 늘 안달 납니다. 경향신문 앞과 서대문 사거리 신호등을 비롯한 다섯 개의 신호등을 지나면 당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물이 있습니다. 당신이 더욱 그리워 마음이 조바심나면 철길 차단기가 어김없이 길을 막습니다. 그럴 때면 당신의 또렷한 눈망울이 어른거리고, 당신의 숨소리가 가깝게 들려옵니다. 마음은 바쁜데 가로 막는 기차가, 철길이 밉기도 합니다.


[2005-12-13]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뜨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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