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가리봉에
봄비 내리는데
찢어진 우산도 없이
그 비를 몽땅 맞으며
뛰어가는 4학년 태철이
공장 다니던 아빠는
암으로 돌아가시고
보험금은 고모가 다 가져가고
한국말 잘 못하는 필리핀 엄마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잘렸어요.
아빠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작달막한 태철이가 가장입니다.
가리봉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은
공부 못하는 다문화라고 흉보지만
집에 가면 엄마 한글 선생이 되어서
밀린 고지서와 독촉장까지 읽어주고
어린 막내와 자폐아 여동생도 돌봅니다.
우산도 없는 태철이
친구도 없는 태철이
엄마의 시름 동생들의 성화
그 시름과 성화 몽땅 지고서
봄비 맞으며 가는 맨몸 태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