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가리봉시편

가리봉 노래

침묵보다묵상 2013. 2. 14. 11:35

 

 

 

가리봉의 노래

 

저들의 눈빛을 보아라도 다오.
저들의 노래를 들어라도 다오.
저들의 목숨을 막지라도 마오.

연변, 용정, 장춘, 화룡, 하얼빈
그 어디메서 살다온 저 눈빛들은
무얼 말하고 싶어 저리 절절한가.
부르면 부를 수록 목이 메어 터져서
울음 일렁이는 노래를 저리 부르는가.
이리 떠돌고 저리 떠돌다 허기진 남부여대
고단한 이 목숨들은 언제쯤 끝날 수 있는가.

조국도 핏줄도 아무 소용 없더라.
연변 사투리에 천대 멸시 당했다.
부모형제도 일가친척도 다 흩어졌다.
잘 살자고 왔는데 잘 죽지도 못했다.
가도 오도 못하는 이주민 행자병자라.

이 땅에 살다가 내 신세가

처량하고 가엾어서 울음 울다

혹시 가리봉 벌집동네에 오거든

끝내 울음 우는 저 눈빛을 보아라.
끝내 부르다 토하는 저 노래를 들어라.
끝내 목숨을 던지고 떠난 죽음을 기억하라.

'시인의 창 > 가리봉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집 1  (0) 2013.02.14
다문화 포토&시&에세 - 명근이의 꿈  (0) 2012.01.18
[다문화 포토&시&에세이] - 똥침놀이  (0) 2012.01.07
동시 - 쫓겨난 하나님  (0) 2011.08.04
동시 - 똥침  (0) 2011.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