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였지.
정채봉의 생애
동화는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수많은 창 (窓) 중의 하나이다. 아니,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 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문학 장르라는 고답적인 분류의 들을 고집하면서, 동화를 주변적인 장르로 간주하는 사람들에게, 정채봉의 동화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심어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규격화된 창문 너머로 습관적으로 바라보던 세상이, 정채봉의 동화라는 창을 통해서 바라볼 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세상은 결코 우리에게 낯선 세상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그 세상을 잊고 살아왔을 뿐이다. 우리가 자주 잊고 살듯이,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이고, 동화는 세상의 모태이며, 정채봉의 동화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을 다시 환기시켜 줄 뿐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정채봉의 동화를 읽는다는 것은 몇 개의 고정된 모습으로 우리 시야에 등장하는 저 세상을 향한 끊임없는 시각 교정의 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채봉의 고향 순천시 해룡면
- 상실의 기억, '외롭고 쓸쓸하게, 우두커니'
정채봉(1946. 11. 3 ~ 2001. 1. 9)은 전남 승주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바다, 학교, 나무, 꽃 등 그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공간적 배경이 바로 그의 고향이다.
그리움과 미움의 대상이 된 정채봉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와 여동생을 낳고 어머니는 스무 살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버렸다. 아버지 또한 일본으로 이주하여 거의 소식을 끊다시피해서 할머니가 정채봉 남매를 키우게 됐다. 이러한 사실은 작가가 결혼 후 첫 아들을 얻고서야 아버지를 받아들였을 만큼 마음의 큰 상처로 남았다.
소년 시절, 채봉은 늘 혼자였다. 내성적이고 심약한 성격으로 학교나 동네에서도 맘에 맞는 한 두 명의 친구가 있었을 뿐 또래 집단에 끼이지 못하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 어린 정채봉은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무와 풀, 새, 바다와 이야기하고 스스로 전설의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는 '생각이 많은 아이'였던 것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 '초승달과 밤배'의 주인공 '난나'에서 소년 정채봉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이른바 '결손 가정'에서 성장한 소년의 외로움은 오히려 그를 동심의 꿈과 행복, 평화를 노래하는 동화작가로 만들었다.
"유년기의 외로웠던 환경이 오히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였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대신 자연을 관찰하고 벗할 수 있어서 정서적으로 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내가 쓰는 글의 많은 부분을 어린 시절 기억의 조각에 빚지고 있는 거죠." (정채봉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