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덕(戴天德.미국명 리우벤 아처토리3세) 성공회 신부는 교파와 종파, 심지어 종교까지 초월해 하나님의 뜻을 펼친 성직자였다. 1918년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태어난 戴신부는 열다섯살 때 아버지 토리 목사를 따라 한국에 왔다.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아버지는 한국전쟁 후 대전에 정착해 장애인과 고아의 재활 사업에 헌신했다. 평양 외국인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戴신부는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하버드대 등에서 공부한 뒤 46년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고 미국에서 12년간 목회 활동을 했다. 건축 노동자와 선원 등으로 일하며 많은 경험을 한 그는 1957년 내한해 성공회 미가엘신학원 원장으로 부임하여 6.25동란으로 피폐해진 신학원을 재건립했다. 그는 예수원의 삶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간의 영성과 성서적 경제관을 깨우쳐 주었다. 저서로 '산골짜기에서 온 편지''개척자의 길' '예수원 이야기' 등이 있다.
1965년에 흙과 하나님을 섬기며 정직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형제 네 사람과 자매 네 사람이 뜻을 함께 해서 그들의 자녀들과 함께, 열 두 명이 전기불도 안 들어오는 산골짜기에서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예수원 공동체를 세우게 된 첫 번째 목적은 노동과 기도의 삶을 영위하며, 기도의 실제적인 능력 여부를 시험해 보는 실험실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두번째 목적은 '신자생활의 세 가지 실험'을 위한 것으로, 이 세 가지 실험이란 ①하나님과 개인의 인격적인 관계 ②기독교 공동체 안에서의 신자 상호간의 관계 ③기독교 공동체와 비기독교적 사회와의 관계를 실험하고 검증하며 연구해 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 실험은 기도(Prayer)와 코이노니아(Koinonia)와 선교(Mission)의 세 영역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것은 하나씩 떼어놓아도 광범위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서로 겹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목적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해 분명해지고 있는 것으로, 세 가지 실험에서 파생되어지는 사역들 즉, 훈련소, 연구소,파송소, 보급소, 발력소의 역할을 감당하는 일이었다. 예수원에는 현재 어린이를 포함해 60여명이 목장에서 일하고 텃밭을 가꾸면서 살고 있다. 땀의 가치를 확인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입각한 삶을 꾸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에게는 더 없이 엄격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다. 성령 안에서 기도를 하면서 끊임 없이 새로운 일을 추구하던 개척정신이 정말 존경스러웠다"고 말한다. 戴신부는 '노동하는 것이 기도요, 기도가 곧 노동이다'라는 베네딕토 수사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는데, 히브리어로 노동과 예배는 어원이 같다. 때문에 예수원 사람들은 노동을 하되 하나님 섬기듯 정성을 쏟고, 기도에는 노동하듯이 힘을 들여야 한다고 믿고 있다. 또한, "불의에 물들어가는 사회에 끊임없이 정의를 흘려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여기서는 자신을 구하기 위한 기도는 없습니다. 이웃과 사회를 위한 기도만 있을 뿐입니다."라던 戴신부의 말도 되새긴다. 대천덕 신부가 가장 좋아한 성경 귀절은 요한 복음 7장 17절이다. '만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참으로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내 가르침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내 자신의 것인지를 알 것이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어떤 일을 할 때 개인의 영광을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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