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눈물시편

맹인 김씨의 하모니카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45

맹인 김씨의 하모니카 

 

 

예순 한 살 늙은 거리악사

맹인 김씨 하모니카 분다.

동전그릇 짤랑거리면 신나게 불고

동전그릇 휑뎅그렁하면 한숨 쉰다.

일가친척들이 체면 깎지 말고

고향 떠나라 해서 고향 떠났다.

거리악사 동료들 구역침범 말고

다른 구역으로 가라고 떼밀어서

순천 중앙시장 다리에 섰다.

첫 아내 잃고 쫓겨난 타관객지

힘겹고 외로워 하모니카 불고

먹고 살려고 하모니카 불다가

도시락 싸주는 아내 만났다.

거리악사 생활 6년째

눈 먼 슬픔의 거리에서

오늘 하루 번 돈은 12500

횐 지팡이로 찬송가 두드리며

눈 먼 아내 오롯이 기다리는

여수행 밤차 타고 귀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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