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람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숲을 쓰러뜨려
나무들을 가져다주어야지.
추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빵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모든 이들의 양식이 되어야지.
배고픈 사람들의.
그러나 그 위로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비가 내려
바람을 잠재우고 빵을 녹여
모든 것들이 이전과 같이 되었다네.
가난한 사람들은 춥고
여전히 배가 고프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아.
만일 빵이 부족하고 세상이 춥다면
그것은 비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작은 심장을 가졌기 때문이지.
('장 루슬로'의 시 '너무 작은 심장')
[조호진 시인의 생각]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나.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뺏고 뺏기는 삶, 밟고 밟히는 삶, 욕망과 다툼의 세상에서 지칠 때, 이런 질문을 해본다. 싸움에서 이긴 자 곧, 힘센 자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승자독식의 세상에선 삶을 고민하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굶주림은 양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힘센 나라, 힘센 세력, 힘센 이웃, 힘센 당신들의 무자비함 때문이다. 무자비(無慈悲)란 인정 없이 냉혹하고 모짊 곧, 자비(慈悲)의 마음이 없는 것을 뜻한다. 자비란 가엾은 이웃을 깊이 사랑하며 자신의 것을 나누는 행위를 뜻한다. 장 루슬로는 말한다. 세상의 슬픔은 너무 작은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고, 세상이 아름답지 못한 것은 무자비하기 때문이다. 심장이 크고 따뜻한 사람들이 그립다.
[장 루슬로(장 루슬로(1913∼ ?)] 시인은 프랑스 사람으로 시인이자 영화감독. 제50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앨프레드 르프티에게 경배를>(Hommage a Alfred Lepetit)이란 작품으로 단편영화 부문에서 금곰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