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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준형이-소민이와 마라톤

침묵보다묵상 2014. 4. 6. 08:13

봄 산행에 갔다가 사건이 발생했다.

 

하산 중에 준형이가 사라진 것이다.

이반이의 말에 의하면 자기 혼자서

하산하면서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이다.

준형이에게 핸드폰이 있지만 연락이 안 된다.

산행에 동참하도록 해준 모락산 아이들 관계자들도

나도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할 지 의논하다가 일단 하산하기로 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떤 방법을 찾거나(등산객의 핸드폰을 빌려서 연락하든지)

아니면, 자기의 이탈에 의해 생긴 문제이니 고생하든, 어쩌든 자기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와 모락산아이들은 자장면 집으로 갔고,
강산님과 정형일, 서기관과 나는 오메기 마을 입구에서

막걸리를 한 잔 하면서 준형이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금새, 콜렉트콜 공중전화로 연락이 왔다. 인덕원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는 등산을 빨리하기 때문에 하산을 했다라는 식이다.

 

화가 났다. 일방적 이탈하는 준형이의 태도도 화가 났고,

걱정하는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식으로

뭉개는 준형이의 말도 화가 나서, 제법 쎈 욕을 섞어가며 큰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하산해서 집에 왔더니 문이 열려 있었다.

문을 잠그고 갔는데 왜 열려 있지? 집에 들어서는데

준형이가 나타났다. 준형이에겐 열쇠가 없는데 어떻게 들어왔지?

 

열린 창고문을 통해, 싱크대 문을 열고 잠입한 것이다.

죄명은 주거침입죄이다.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 왔으니!

준형이를 앉혀 놓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자기는 내려오면서 무서웠다고 했다. 그래서 헤매다가 겨우 인덕원역에 와서

전화를 했는데, 큰아빠가 화를 내서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그래서 말했다.

니가 정말 무섭고, 산행을 같이 마무리하려고 했다면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일행을 찾아서 올라갔어야 했다. 그런데 너는 여기서 이탈하려고 한 것이다.

 

논리적으로 정리했더니 입을 닫았다.

일반적인 아이라면 혼 날 것을 대비해서

문 앞에서 쪼그리고 나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뛰쳐나가서 에랏잇 모르겠다 하고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준형이는 주거침입의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서는

혼날 것을 대비해서 세탁기로 빨래를 돌리고 있었다.

 

모락산 관계자들과 뒷풀이 약속이 있어서

일어서자, 김밥에다 라면을 꿇여 먹어도 되냐고 물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이것도 발전이다. 가출해서 컵라면은 먹었지만

라면을 직접 꿇여 먹은 것은 여기 와서 두 번째이다. 그렇게 허락하고

그룹홈을 나서 걸어가는데 전화가 왔다. 큰아빠 불랙라면 먹어도 되냐고! 묻는 것이다.

준형이는 쫌 뻔뻔하고 이기적인 아이다. 그룹홈 생활을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입이 까다롭고 고급이어서 비싼 것, 좋은 것만 먹으려고 한다. 물건을 아낄 줄 모른다.

무엇을 해주면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자기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왜 해주지 않느냐는 식이다.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

 

저녁 8시 무렵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

소민이에게 문자가 왔다. 사정이 있어서 못 들어갔는데

가서 말씀드리겠다고 한 뒤에, 9시쯤에 신도림이라고 문자가 왔다.

집에 들어가 혼나지 않으려고 머리를 쓰는 것이었다.

그러고도 한참 뒤인 10시쯤에 슬그머니 들어와 씻고 있었다.

 

준형이와 소민이를 앉혀 놓고

- 여기는 너희는 마음대로 하는 곳이 아니다. 하숙집도 아니다.

- 준형이 너는 온지 한 달도 안 됐고, 소민이 너는 온 지 5일 만에 귀가 규칙을 어겼다.

- 너희들이 이렇게 멋대로 하는 것은 큰아빠를 무시하기 때문이고, 하나는 너희들 멋대로 살아온 습관을 그대로 하는 것이다.

- 이대로라면 나는 너희들을 데리고 있을 수 없다. 너희들이 가지고 온 짐을 챙겨서 그대로 돌아가라.

- 준형이 너는 그룹홈에서 내보내면 여기처럼 편한 곳에 가지 못할 것이다. 효광원 등의 시설에서 생활해야 한다.

- 소민이 너는 그룹홈에서 나가면 판사님에게 지금보다 무거운 처분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너는 스마트폰 절도사건도 남아 있다.

 

너희들이 여기서 살려면 내가 너희에게 주려는 벌을 받아야 한다. 카드를 받아야 한다.

그것은 마라톤대회에 참석하는 것이다. 만약에 나의 벌칙 제안을 거부하면 너희들과 나의 관계는 끝난다.

그러자, 소민이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고 했다. 카드를 받겠다는 뜻이다. 준형이도 카드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 오늘은 그만 자고, 준형이는 내일 용돈을 줄 테니 노래방에서 놀면서 스트레스 풀고 오라고 했다.

소민이게는 내일 우리는 교회에 간다. 아내가 교회 다니니, 같이 갈래? 하고 물으니 싫다고 고개를 젖는다.

그래도 두라고 했다. 대신 아침에 일어나 같이 밥 먹고 쉬고 있으라고 했다. 반성문을 쓰라고 할 것이다.

 

A4 용지 5장 정도에다,

 

1. 너의 살아온 이야기!

2. 서약서 베껴쓰기 10번

3. 귀가 규칙을 지키겠다는 약속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