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 모색
1. 들어가는 글
2008년 11월 5일 아침, 밤새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지구 건너편 나라 미국에서 벌어진 대통령선거 개표를 지켜보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놀라운 결과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47세의 버락 후세인 오바마 미국대통령 당선자.
아프리카 케냐와 인도네시아에서 하와이로 유학 온 부모 사이에 태어나 인종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청소년기의 방황과정도 여과없이 밟아왔던 이른바 글로벌 인종인 오바마는 우리나라의 기준으로 보면 영락없는 결손가정 출신의 혼혈문제아였다. 이혼 후 각자 재혼한 부모를 떠나 인도네시아의 외조부 손에서 유년을 지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오바마는 미국의 완고한 인종차별 시스템을 뚫고 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 비해 단일민족국가가 아닌 다인종국가를 채택했던 미국이지만, 현재를 감안하면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가 직면하게 될 다인종, 다민족국가화 상황을 대비하여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부터 수익성이 떨어지기 시작한 제조업 분야로 밀려들었던 외국인 취업자들의 수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뿌리 깊은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남녀의 성비가 큰 차이를 나타나게 된 90년대부터의 외국 여성과의 결혼 증가는 마침내 단일민족국가를 완강하게 지켜오던 우리나라에서도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국가로의 이행이 진행되는 한편,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정치, 문화, 경제적 문제들이 도처에서 발생하는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가정공동체를 이루게 되는 다문화가정의 증가는 단지 부부간의 문제를 뛰어넘어, 다른 가족구성원과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갈등구조의 형성, 이후 출산되는 자녀들의 육아와 아울러 점차 성장하여 기존의 사회구조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청소년 관련 각종 문제들이 당면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일반적 통계를 제시하고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실태 및 문제점을 살펴본 후 세밀하지는 못하나마 작은 대안들의 도출을 목적으로 하고자 한다.
2. 다문화가정의 현황과 실태
다문화가정이 형성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분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리포트 형식의 이 글에서는 주로 결혼이민자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고자 한다. 따라서 외국인 이주근로자 등의 다른 요인들은 제시되는 통계와 실태에서 빠지게 되므로 모든 다문화가정을 포괄하는 내용이 될 수 없음을 미리 인정하고자 한다.
(1) 다문화가정의 현황
다문화가정이 형성되는 가장 큰 요인이 국제결혼 이주여성인데, 국제결혼 이주남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에서 보면 여성의 1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따라서 현재는 어떤 형태로든 이주여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모든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고 있다.
아래의 <표 1>은 2009년 5월에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결혼이민자 현황인데, <표 1>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결혼이민자의 여성 점유 비율이 90%에 근접하고 있으며, 아직은 미미한 숫자지만 결혼이민자들이 다문화가정을 이뤄 출산하는 자녀들의 숫자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표 1> 결혼이민자 현황 (‘09. 5, 행안부)
▹ ’09.5월 현재 결혼이민자는 167,090명으로 ‘08년도(144.385명)에 비해 13.6% 증가 ▹ 성별로는 여성이 89.7%, 국적취득자는 24.8% |
결혼 이민자 |
자녀현황 | ||||||||||
계 |
국적 미취득자 |
국적 취득자 | |||||||||
계 |
남 |
여 |
계 |
남 |
여 |
계 |
남 |
여 |
계 |
남 |
여 |
167,090 |
17,237 |
149,853 |
125,673 |
15,190 |
110,483 |
41,417 |
2,047 |
39,370 |
103,484 |
52,842 |
50,642 |
(2) 다문화가정의 증가 추세 및 문제
1990년대만 해도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외국인과의 혼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중국 조선족들의 왕래와 취업이 빈번해지고, 동남아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이 붐을 이루면서 2003년을 지나면서부터는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자리 숫자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글에서 인용하는 통계는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2009년 자료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2년여가 흐른 지금 시점에서는 일단 같은 증가율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그 총 숫자의 증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짧은 시간에 이렇듯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는 다문화가정은 사회적으로 적절한 대응태세를 갖출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먼저 민족적, 문화적으로 상이한 국제결혼이민자들이 한국의 가족체계에 편입됨에 있어서 대단히 혼란을 겪게 되고, 이는 가정공동체의 파괴로 이끄는 또 다른 원인이 되기도 하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층을 이루고 있는 이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대개 사회적으로 마이너리티 그룹에 속하는 부모들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별 상태에 놓이게 되고, 특히 교육에 있어서 배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학교 안에서 조차 방치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표 3>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급증하는 이혼율은 자녀들을 다시 한 부모가정이라는 또 다른 함정으로 몰아넣어 사회적 위험의 증대라는 어두운 측면을 조성하고 있다.
<표 2> 외국인과의 혼인 추이(‘09 3, 통계청)
구 분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총혼인건수 |
304,877 |
302,503 |
308,598 |
314,304 |
330,634 |
343,559 |
327,715 |
국제결혼건수 |
15,202 |
24,776 |
34,640 |
42,356 |
38,759 |
37,560 |
36,204 |
국제결혼비율 |
5.0% |
8.2% |
11.2% |
13.5% |
11.7% |
10.9% |
11.0% |
※ 한국 남자와 외국 여자와의 혼인은 총 28,163건으로, 중국 13,203건(46.9%), 베트남 8,282건(29.4%), 필리핀 1,857건(6.6%) 순
<표 3> 외국인과의 이혼 추이(‘09. 3, 통계청)
구 분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총이혼건수 |
144,910 |
166,617 |
138,932 |
128,035 |
124,524 |
124,072 |
116,535 |
외국인과의 총 이혼 |
1,744 |
2,012 |
3,300 |
4,171 |
6,136 |
8,671 |
11,255 |
총 이혼대비 구성비 |
1.2% |
1.2% |
2.4% |
3.3% |
4.9% |
7.0% |
9.7% |
3.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현황과 문제점
처음 우리나라에 유입되던 외국인들은 대개 합법이건 불법이건 취업 근로자들이 대다수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대로 점차 국제결혼이민자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마침내는 다문화가정이라는 낯선 형태의 가족공동체가 등장하게 되고, 그에 따라 그들에게서 출산되는 자녀들의 숫자도 증가일로를 걷게 되었다.
2008년까지의 통계를 보여주는 <표 4>를 살펴보면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이미 공식적으로 100,000명을 돌파하였고, 그중 절반은 미취학 아동들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취학 이상의 아동, 청소년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고등학교 취학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아직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작긴 하지만, 점차 증가하는 국제결혼과 자녀출산을 예상해보면 차후 상당한 숫자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우리나라의 기존 사회 시스템에 편입되게 된다.
<표 4> 다문화가족 자녀의 연령별 현황(’09. 5, 행안부)
구 분 |
계 |
만6세미만 |
만7~12세 |
만13~15세 |
만16~18세 |
학생수 |
103,484명 |
61,700명 |
27,568명 |
7,785명 |
6,431명 |
비 율 |
100% |
59.6% |
26.7% |
7.5% |
6.2% |
* 행안부 통계상 ‘외국인주민 자녀(107,689명)’ 중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경우는 제외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갈등구조는 대단히 다양하게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 배타적 인종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순수혈통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사회의 다수는 이들 다문화가정이라는 대부분이 사회적 소수이자 경제적 약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그 자녀들에게 여전히 냉정한 차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정상적인 취학과 진학에서 전체 평균에 많이 뒤떨어지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은, 취학이나 진학 이후에도 초등학교부터 시작하여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탈락률이 더 높아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른바 왕따의 대상이 되거나, 언어적인 장벽에 막혀 학습부진에 의한 중도탈락은 물론 아예 미취학의 경우도 많이 보여진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진학한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경우 중도 탈락률이 거의 20%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제도와 환경을 일부 보완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정체성과 각종 경제적, 문화적, 정서적 장벽에 가로막힌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그들을 배려하는 교육제도의 개선이 없는 한 영원히 이방인이 되거나 탈락자가 되어야 하는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여러 형태로 시도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학생 교육 지원방안들도 점차 탄력을 잃고 예산편성에서도 소외되는 바람에 처음의 기대에는 훨씬 못미치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학교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가 이러할진데, 본 글의 통계에서 제외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들은 최악의 상황 속에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들은 학교 생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정 내에 머물러있거나, 부모를 따라서 불법취업현장에 투입되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착취구조에 사로잡혀 있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보다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4.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대책
다문화가정 청소년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하기 위해서는 단지 청소년들에게만 국한시키면 전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이 더욱 난해해질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문제에 대한 대책은 다문화가정을 맞이하는 기존 가족공동체에 대한 교육과 함께 국제결혼이민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시아권 여성들에 대한 초기 교육 프로그램 강화, 그리고 영유아 시기에서부터 시작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세밀한 교육프로그램의 설정과 진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글의 주제인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보다 밀도있게 구성하고 진행하는 것 등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1) 다문화가정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여러 통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경제적 빈곤은, 그들의 다수가 농촌에 거주한다는 사실 외에도 국내의 배우자 외에는 경제적 능력이 전무하다시피 하여 빈곤의 악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물론 기초생활보장 등의 기본적 사회복지가 기능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기초생활보장에 그치고 있고, 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들의 경제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하겠다.
(2) 다문화가정의 문화적 장벽 극복을 위한 사회 전반의 의식 개선 및 교육
우리나라의 인종선호도는 여전히 서양의 백인과 기타 지역의 부자나라 사람들에게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아시아권이나 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차별적인 의식구조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까닭에 우리나라 다문화가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후자의 경우는 사회 전체의 백안시를 견디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받게 되는 싸늘한 시선들은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을 느끼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일 것이다. 사회 일반대중을 향한 전사회적 의식개선프로그램도 필요할뿐더러, 특히 청소년들이 직접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학교 내의 교사와 일반 학생들에 대한 심도있는 다문화교육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3)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전문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능력개발훈련
앞의 단계에서 정서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는 전제하에서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이 안고 있는 언어적, 문화적 차이에 의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하는 전문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일부 탈북자가정 청소년들에게는 별도의 교육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으나,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은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예민한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각종 문제들이 더욱 증폭되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다문화가정의 다른 가족구성원들보다 상대적으로 치밀하고 시급한 프로그램의 시행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문화적, 정서적, 교육적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노력과 병행해서 그들 스스로가 경제적 능력을 배양한 상태에서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야말로 다문화가정이 처한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5. 맺는 글
본 글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접하다보니 먼저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체계적인 현황조사와 정책이 허술하기도 하거니와 그 내용에 있어서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다문화가정을 담당하는 부서도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이 되면서 여전히 두 정부부처 사이에 업무이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다문화가정과 라는 담당부서도 자기 자리를 못잡고 혼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통계와 자료도 취합과 정리가 되지 않아서 파편화되어 있으며, 중앙정부가 담당해야 할 큰 틀거리의 사업들이 무작위적으로 쪼개져 지방자치단체로 위임됨으로써 재정자립도가 극도로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의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가장 확실한 2009년도 행정안전부의 통계자료 몇 건에 의존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보다 풍부하지 못하고 제한된 영역의 내용들만 언급하게 되어 글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 같다.
다문화가정이 안고 있는 제문제와 그 해결을 위한 방안 모색의 첫 단추도 결국은 정확한 현황파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은 여전히 시작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하겠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의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참고문헌
● 다문화사회로의 이행, 평생교육의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심포지엄 자료집(2009, 평생교육진흥원, 한국다문화교육협회)
● 다문화 교육연구 창간호, 2호(2008, 2009, 한국다문화교육협회)
● 다문화사회 교육정책과 법과 인권교육의 방향, 2009 춘계 학술발표회(2009,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연구원 외)
● 행정안전부 웹사이트 통계자료에서 다문화가정 통계(200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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